동료가 훔쳐본 내 의료기록, 가해자 처벌은 '벌금 70만원'…법은 내 편이 아니었다
동료가 훔쳐본 내 의료기록, 가해자 처벌은 '벌금 70만원'…법은 내 편이 아니었다
대학병원 간호사, 동료 7명에 의료정보 유출 피해…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소송 돌입, 위자료 액수 쟁점 부상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동료 7명에게 의료기록을 무단 열람 당했으나 가해자들은 벌금 70만원 처벌에 그쳤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동료 7명이 훔쳐본 내 의료기록, 벌금 70만원…피해 간호사 '정신적 고통' 배상 청구
믿었던 동료 7명이 단지 호기심으로 자신의 가장 민감한 의료기록을 훔쳐봤지만,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고작 벌금 70만 원이었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동료들의 불법 행위로 복직조차 두려워하며 결국 법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호기심의 대가, 고작 벌금 70만 원?”
자신이 몸담은 일터이자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믿었던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간호사 A씨의 사연이다. 육아휴직을 앞두고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A씨. 하지만 동료 간호사 7명은 업무와 무관하게 단지 ‘호기심’으로 A씨의 내밀한 의료 정보가 담긴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녀의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
범죄는 명백했다. 법원은 동료 간호사 7명의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대부분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개인의 가장 민감한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대가로는 너무나 가벼워 보이는 처벌이었다. 형사 처벌은 국가가 범죄자에게 내리는 벌일 뿐, 피해자의 상처를 직접 보듬지 못한다. 벌금은 고스란히 국고로 귀속되고 A씨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은 공포의 공간…복직 포기한 채 법정으로”
A씨에게 남은 것은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졌다는 수치심뿐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녀는 경력 단절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돌아가야 할 병원은 이제 공포의 공간이 됐다. 자신의 의료기록을 훔쳐본 동료들과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며 일할 수 있을까. 복직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이다.
결국 A씨는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동료들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즉 위자료 청구를 결심했다.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법적으로나마 인정받고 싶다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내 정신적 고통, 법원은 얼마로 평가할까?”
형사 유죄 판결이 나온 만큼 민사소송 자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지만, 핵심 쟁점인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법원의 보수적인 위자료 산정 경향을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벌금 70만 원이 선고된 만큼, 민사소송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위자료가 산정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법원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에 다소 소극적인 경향이 있어 기대보다 낮은 금액이 나올 수도 있다”고 현실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법률사무소 유의 박성현 변호사는 다른 판례를 근거로 더 높은 배상액을 점쳤다. 박 변호사는 “단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통상 수백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다”면서 “이번 사건은 의료기록이라는 가장 민감한 정보가 유출됐고, 직장 동료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발생한 만큼 정신적 충격이 훨씬 크다는 점을 재판부가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경우, “가해자 7명으로부터 받을 위자료 총액이 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인 일탈 넘어 ‘병원 책임론’ 부상”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병원 전체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의 민감 정보를 다루는 의료기관은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보안 의식과 시스템을 갖춰야 할 의무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해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병원을 상대로도 사용자 책임(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돈 70만 원의 벌금형으로 종결될 뻔했던 의료기록 유출 사건은 피해자의 고통을 법원이 어떻게 평가할지 가늠하는 민사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법원의 저울이 과연 A씨의 찢긴 마음에 합당한 무게의 추를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