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거짓말 한마디에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렸다
친구의 거짓말 한마디에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렸다
변호사들 "수사 초기 골든타임, 객관적 증거로 방어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찰입니다. 친구 A씨가 보이스피싱 사건 공범으로 당신을 지목했습니다."
어느 날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평범한 시민 B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친구의 거짓말 한마디에 졸지에 범죄자로 몰릴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닥친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이던 A씨는 범죄 수익금을 가로챘다. 이에 격분한 조직이 A씨의 신상을 경찰에 넘기면서 그는 수배자가 됐다. 결국 A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문제는 A씨가 조사 과정에서 친구 B씨를 끌어들인 것이다. A씨는 "친구 B씨가 포토샵으로 주민등록증 위조를 도왔고, 내가 가로챈 돈도 함께 썼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 하나 때문에 B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B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통장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하며 대질 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진술만으로 수사 착수?…경찰의 의무
물증 없이 공범의 진술만으로 수사가 시작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의무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같은 중범죄는 주범 진술에 공범이 언급됐다면, 그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사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진술이 거짓일지라도 수사는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이버수사대 수사관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 역시 "경찰 입장에서 구체적인 진술이 있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B씨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는 점은, 아직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친구 진술뿐인데 유죄?…법원의 저울은 객관적 증거를 향한다
원칙적으로 공범의 진술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기는 어렵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가 있어야만 인정된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대법원은 공범의 진술만으로는 유죄 판단이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충분한 A씨의 경우,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린다.
결국 사건의 향방은 객관적 증거가 가른다. 경찰이 요구한 통장 거래 내역에서 A씨와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는 B씨의 결백을 입증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대질 조사'라는 양날의 검, 기회일까 함정일까
수사관이 언급한 대질 조사는 양날의 검이다. 진술이 엇갈리는 두 사람을 마주 앉혀 진실을 가리는 절차다. A씨의 거짓말을 직접 반박하고 결백을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임했다가는 오히려 덫이 될 수 있다.
윤준기 변호사는 "A가 대질 조사에서 같은 진술을 일관되게 반복한다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유 박성현 변호사 역시 "대질 조사는 거부해도 불이익은 없지만, 응할 경우 진술 방향을 미리 조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온경 추민경 변호사는 "단순히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로만 대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 변호사는 "변호인을 통해 A씨 진술의 허위 가능성과 객관적 반박 근거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해 불필요한 피의자 전환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