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학은 가혹"⋯교내서 과도로 동급생 찔러 퇴학된 고교생, 항소심서 판결 뒤집혀
"퇴학은 가혹"⋯교내서 과도로 동급생 찔러 퇴학된 고교생, 항소심서 판결 뒤집혀
행정심판 통해 '전학'에서 '퇴학'으로 가중된 처분
법원 "재량권 남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교내에서 동급생과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퇴학 처분을 받은 고등학생이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구제받았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만으로도 피해 학생과의 분리가 가능하며, 교육적 선도 기회를 박탈하는 퇴학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시비 끝에 흉기 휘두른 고교생, 행정심판 거치며 처분 무거워져
사건은 지난 2022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당시 2학년이었던 A군은 교내에서 같은 반 친구인 B군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B군이 멱살을 잡고 밀치자 소지하고 있던 과도로 B군의 머리와 등 부위 등을 수차례 찔렀다.
이 사고로 B군은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으며, 당시 현장을 목격한 교사와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당초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A군에게 '전학'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 학생 측이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을 '퇴학'으로 상향 조정했다.
A군이 재학 중인 학교가 특수목적고등학교라는 특성상 일반고로의 전학이 어렵고,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강력한 분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 "폭력 심각성 고려할 때 퇴학 정당"⋯항소심서 반전
A군은 퇴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의 판단은 엄중했다. 1심 재판부는 학교폭력의 고의성과 심각성이 매우 높고, 피해 학생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퇴학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대구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퇴학 처분을 승인한 재결을 취소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행정심판위원회가 퇴학의 근거로 삼았던 '전학 불가능'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교육청의 전학 지침은 내부 준칙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관련 법령상 징계에 의한 전학은 교육감이 충분히 조치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전학이 불가능하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교육적 선도와 분리 병행 가능해⋯학적 박탈은 재량권 일탈"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의 경위와 A군의 상태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했다. 재판부는 A군이 범행 당시 극심한 우울감 등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전에 비행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범행 이후 A군이 지속적으로 반성문을 제출하며 용서를 구했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 등 개선의 의지가 뚜렷하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꼽았다.
이어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가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보다는 선도와 교육에 있음을 강조했다. 피해 학생의 부상이 치명적이지 않았고 민사적 배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학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신분을 박탈하는 퇴학 처분을 내리는 것은 교육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피해 학생과의 분리는 전학 조치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개전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교육받을 권리를 완전히 빼앗는 퇴학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