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 '자녀 통장' 안에 숨긴 내돈, 뺏아 올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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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이 '자녀 통장' 안에 숨긴 내돈, 뺏아 올 방법 없나?

2025. 09. 08 11:3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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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범 아빠, 미성년 자녀 계좌에 돈 숨기고 잠적… 피해자 구제 '첩첩산중', 법적 쟁점은?

사기꾼이 A씨 돈을 가져다 미성년 자녀 통장이 숨겼다. 이 돈을 찾아오려면?/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피고소인이 잠적했습니다"… 사기범 아빠가 숨긴 돈, '미성년 자녀' 통장 압류 가능할까.


"피고소인이 잠적해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다는 수사관의 연락에 울분만 삼키며 기약 없이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사기 피해자 A씨는 가해자 B씨를 고소했지만, B씨가 자취를 감춰 수사가 길어질 것이란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애타는 마음으로 B씨의 행적을 쫓던 A씨는 피해금이 B씨가 아닌, 그의 미성년 자녀 명의 토스뱅크 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아버지가 범죄에 사용한 '자녀의 통장'. A씨는 이 계좌를 압류해 피눈물 섞인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내 돈인데 왜 못 뺏나?"…'자녀 통장' 압류, 법의 벽은 높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민사 집행(압류 등)은 판결문에 '채무자'로 명시된 사람의 재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가 B씨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겨도, 채무자는 사기범인 '아버지 B씨'다. 따라서 법적으로 제3자인 '자녀'의 계좌를 곧바로 압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민사 집행에서 압류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결문에 기재된 채무자의 재산에 한정된다"며 "피고소인의 자녀 계좌는 형식상 제3자 재산이므로 일반적으로 압류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 역시 "설령 피고소인이 자녀 계좌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더라도, 채권자는 자녀 계좌 자체를 강제집행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빠와 함께 갚아라"…'부당이득' 엮어 자녀까지 공동 피고로?


하지만 다른 길도 있었다. 미성년 자녀가 범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법적인 원인 없이 A씨의 돈으로 이득을 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를 근거로 자녀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의 한대섭 변호사는 "자녀는 법률상 아무런 원인 없이 A씨의 돈이 자신의 계좌로 들어와 재산상의 이득을 얻은 상태"라며 "이로 인해 A씨는 손해를 보았으므로, 그 자녀는 법적으로 부당하게 얻은 이득(부당이득)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기꾼인 아버지와 미성년 자녀를 '공동피고'로 묶어 소송을 제기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가 자녀 계좌에서 돈을 빼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소송과 동시에 '채권가압류' 신청을 통해 계좌를 즉시 동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압류는 판결이 나기 전에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임시로 묶어두는 조치다.


'이름만 네 것'… 아빠의 '차명계좌' 입증이 마지막 열쇠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자녀 명의 계좌를 압류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열쇠는 해당 계좌가 사실상 아버지 B씨의 '차명계좌'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름만 자녀의 것일 뿐, 실질적인 소유 및 관리자는 아버지라는 점을 법정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차명계좌 입증을 위해 "① 계좌 개설·관리자가 피고인(아버지)임을 보여주는 자료, ② 피해금이 해당 계좌로 입금된 내역, ③ 자녀가 계좌 사용을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는 정황 등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는 별도의 소송이 필요할 수 있고, 입증 책임이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있어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다. 형사 절차에서 수사기관을 통해 해당 계좌가 범죄 수익 은닉에 사용됐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내고, 이를 민사소송의 증거로 활용하는 연계 전략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결국 A씨가 피해금을 되찾는 길은 잠적한 사기범과의 법적 추격전을 넘어, '미성년 자녀의 통장'이라는 또 다른 벽을 넘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신속한 가압류 신청과 치밀한 증거 확보가 피해 회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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