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운 사실 인터넷에 올릴 거야" 법원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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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피운 사실 인터넷에 올릴 거야" 법원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판단했다

2021. 06. 23 17:12 작성2021. 06. 23 17:17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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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나 만나며 전 남자친구와 성관계한 사실 알리겠다"

실제로 피해자가 다니는 학교 게시판에 글 올려⋯협박 혐의로 재판받게 됐지만

끝까지 "협박의 '해악의 고지' 아니었다" 발뺌⋯ 법원, 협박죄 인정하며 벌금 100만원 선고

"바람피운 사실 폭로하겠다"며 여자친구를 협박한 A씨. 그는 자신의 발언이 협박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협박으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바람피운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A씨. 결국 그는 벌금형을 선고 받으며 전과자가 됐다.


지난해 4월부터 A씨는 여자친구 B씨에게 "나와 사귈 때 전 남자친구랑 성관계 했다는 사실을 대학 커뮤니티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지속적인 협박을 가했다. 전화와 메시지 등으로 "내가 인생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며 당장이라도 게시글을 쓸 것처럼 협박을 이어갔다. 그리고 실제로 B씨가 재학 중인 학교의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 일로 A씨는 재판을 받게 됐지만, 무죄를 주장했다. 자신이 한 발언은 협박죄가 성립되기 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마디로 B씨가 공포심을 느낄 만한 발언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협박이 "맞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A씨의 발언은 의사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실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며 "B씨가 공포심을 느끼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협박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된 A씨. 23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A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 "A씨의 발언은 협박"⋯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이면서 공포심 느끼기 충분

법원 판단에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고려됐는지 살펴봤다. 먼저, 협박죄는 타인에게 ①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고지해 ②공포심을 느끼게 했을 때 성립한다. 협박죄에 해당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이때, 협박처럼 들린다고 모두 협박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협박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죽을 줄 알아라" "두고 보자"와 같은 말은 협박 같지만 판례에 따르면 이는 협박이 아니다.


문제가 된 A씨의 발언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맞다고 인정된 경우다. 재판부가 판단했을 때, B씨 입장에서 "A씨가 정말 게시판에 글을 쓸 것 같다"고 여길 만한 내용(①)이었기 때문이다. A씨가 B씨가 다니는 대학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실은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결국 B씨가 A씨의 추가적인 행동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②)고 봤다.


임광호 부장판사는 "A씨는 고지한 해악을 실현하는 행동까지 실행했다"며 "피해자가 공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게시글에서 피해자인 B씨를 특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A씨가 B씨와의 이별에서 겪었을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에 대한 협박이 허용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은 사라지고 치졸한 협박만이 남은 상황을 만든 데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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