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만 원의 덫"... 오세훈, '여론조사 대납' 혐의로 법정 선다
"3,300만 원의 덫"... 오세훈, '여론조사 대납' 혐의로 법정 선다
특검, '제3자 대납'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판단
향후 재판 쟁점과 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특검팀이 수사 막바지에 꺼내 든 카드는 결국 '기소'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제3자인 사업가가 대신 내게 한 구조가 전형적인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여론조사의 이면에 감춰진 '검은 돈'의 흐름이 법정에서 어떻게 규명될지 이목이 쏠린다.
위험한 삼각관계: 의뢰인, 수행자, 그리고 물주
사건의 핵심은 오세훈 시장, 명태균 씨, 그리고 사업가 김한정 씨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이다. 특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의 공모 관계는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시작은 오 시장의 '부탁'이었다. 특검은 오 시장이 2021년 1월부터 2월 사이, 당시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명태균 씨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파악했다. 단순한 부탁에 그치지 않았다. 오 시장은 당시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에게 "명 씨와 상의해 여론조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하며 판을 깔았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정상적인 회계 처리를 거치지 않은 여론조사 비용은 사업가 김한정 씨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특검 조사 결과, 김 씨는 2021년 2월부터 3월 말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3,300만 원을 명 씨 측에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과정을 강 전 부시장이 조율하고, 오 시장이 이를 인지하거나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명 씨가 총 10회에 걸쳐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하며 수시로 설문지를 주고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즉, '오세훈을 위한 여론조사'가 '김한정의 돈'으로 수행됐고, 그 결과물인 '데이터'라는 정치적 이익이 오 시장에게 귀속됐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너무 많아 기억 안 난다" vs "명백한 증거 있다"
오 시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진행된 대질 조사에서 오 시장은 특검이 제시한 명 씨 측 여론조사 파일 6건에 대해 "선거 기간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워낙 많이 받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는 받았을 수 있으나, 비용 문제나 구체적인 실행 과정까지는 몰랐다는 '꼬리 자르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 전 부시장과 사업가 김 씨 역시 지난달 25일 소환 조사에서 의뢰와 대납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자금 흐름 내역 등 물적 증거를 통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법의 심판대: '공짜 점심'은 정치자금법 위반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제3자 뇌물형 정치자금법 위반' 케이스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 제3조와 제45조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수수할 수 없다. 여기서 '기부'란 단순히 현금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제3자가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여론조사비, 임대료, 용역비 등)을 대신 납부하는 행위까지 포괄한다.
법원은 선거와 관련해 제3자가 비용을 대납하는 행위를 매우 엄격하게 처벌해왔다.
선거사무소 임대료 대납 (서울중앙지법 2022고합659): 제3자가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임대료를 대신 내준 사건에서, 법원은 이를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행위"로 규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컨설팅 비용 대납 (제주지법 2022고합250): 후보자의 행사 준비를 도운 컨설턴트에게 제3자가 용역비를 대신 지급한 사례에서도 법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해당 금액 전액을 추징했다.
이러한 판례의 흐름(대법원 2012도12394 등)을 볼 때, 오 시장이 직접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자금으로 여론조사 결과라는 무형의 이익을 취득한 점'이 인정된다면 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오 시장이 이 '대납 구조'를 사전에 알았거나 용인했는지 여부(고의성)가 될 전망이다.
혐의 인정 시 '시장직 상실' 위기... 추징금 폭탄도
재판 결과에 따라 오세훈 시장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되어 시장직을 잃게 된다.
통상적으로 초범이거나 반성하는 경우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지만,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될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업가 김 씨가 대납한 3,300만 원은 전액 추징 대상이 된다.
특검은 "수사 종료를 앞두고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3,300만 원 여론조사'가 오세훈 시장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덫이 될지, 아니면 무리한 기소로 판명 날지 향후 재판 과정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