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이다" 외침 뒤에 숨긴 페달 오조작... 고령 운전자 사고, 법의 잣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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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이다" 외침 뒤에 숨긴 페달 오조작... 고령 운전자 사고, 법의 잣대는?

2025. 12. 24 10:56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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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고령자 '페달 오조작' 사고

변호사 "고령 자체가 면죄부 아냐"

부천 제일시장에서 트럭 돌진 사고로 22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운전자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평온하던 시장 골목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데는 불과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지난 12일, 부천의 한 시장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트럭이 상점으로 돌진해 70대 여성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비극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차량 내부 블랙박스에는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근 70대 택시 기사의 천안 연쇄 추돌 사고, 용인 식당 돌진 사고 등 고령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운전대는 언제까지 잡을 수 있으며 그 책임의 무게는 어떻게 달라질까. 2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가 이 딜레마를 뜯어봤다.


브레이크등과 EDR이 가리키는 그날의 진실

운전자가 "차량이 제멋대로 나갔다"고 주장하면 법원은 이를 어떻게 검증할까. 핵심 '스모킹 건'은 브레이크등과 EDR(사고기록장치)이다.


윤치웅 변호사는 "차량 후미의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는 급발진과 페달 오조작을 가르는 결정적 증거"라며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EDR 분석 결과는 가속 페달 변위량과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수치로 보여주기 때문에 법원이 신뢰성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부천 사고 역시 이러한 과학적 분석 앞에서 운전자의 주장이 힘을 잃은 케이스다.


사람 죽었는데 고령이라 감형? ... "수형 생활 감내력 고려한 것"

부천 사고 운전자에게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가 적용된다. 사망 사고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기에 최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나이가 형량에 미치는 영향이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가벼워진다면 국민 법감정과 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형법 제51조에 연령이 양형 사유로 규정돼 있어 실제 고령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판례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이는 '나이가 많으니 실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면죄부가 아니라, 고령의 피고인이 수형 생활을 견디기에 신체적으로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운전자의 지병인 '모야모야병(뇌혈관 질환)'이 감형 요소가 될지도 쟁점이다. 윤 변호사는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되려면 질환 자체가 아니라, 그 질환으로 인해 실제 운전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음이 의료 감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청역 역주행' 판결로 본 법리

지난해 여름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법적 공방도 최근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60대 운전자에게 금고 5년을 확정했다. 주목할 점은 1심(7년 6개월)과 2심(5년)의 형량이 달랐던 이유인 '상상적 경합' 법리다.


1심은 피해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죄가 따로 성립한다고 보아 형량을 합산하는 '실체적 경합'을 적용했다. 반면 2심과 대법원은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해 형량을 낮췄다.


윤 변호사는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법원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은 하나의 행위로 인해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가장 중한 죄의 형량(금고 5년)으로 처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많아도 운전 행위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면 1개의 죄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조건부 면허' 대안 떠오르지만... "현행법과 충돌 해결해야"

사고가 반복되면서 고령자에게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 목소리가 높다. 특히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실효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윤 변호사는 법적 충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관리법 제35조는 안전 운행에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의 임의 설치나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며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의무화하려면 이 법적 규제부터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 등 지자체가 면허 자진 반납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 소지자들만 주로 반납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변호사는 "운전은 언제든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행위라는 경각심이 우선"이라며 "단순히 나이로 제한하기보다 실질적인 운전 능력을 검증하고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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