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는 적"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 여부 따져봤더니...
"장애인 단체는 적"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 여부 따져봤더니...
장애인단체를 '맞서 싸울 상대'로 지칭⋯"시민 불편을 여론전 '수단'으로 활용" 내부 문건에 '발칵'
변호사들 "부적절한 행동인 건 맞지만⋯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적용은 어려워 보여" 이유는?

장애인단체를 '맞서 싸워야 할 적'으로 규정한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장애인 단체의 실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지하철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에선 형사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측이 형사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을까. / 비마이너·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언더도그마와의 싸움'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 명의로 만들어진 내부 문건. 여론전의 상대로 삼은 건 최근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단체였다. 누구나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단체를 여론전에서 '맞서 싸워야 할 적'으로 규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건의 성격은 '장애인단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 조성을 위한 전략 모음집'에 가까웠다. 시민 불편을 여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더도그마(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인식)'라는 표현을 약 10차례 써가며 "유리하지 않은 싸움이지만, 상대 실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문건의 분량은 총 25쪽에 달했다. 여론전 전략의 핵심은 '겉과 속이 다르게'였다. 대외적으론 "우리도 너무너무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 설치 등) 설치하고 싶다. 근데 돈이 없다. 힘들지만 이런 건 하고있어ㅠㅠ. 내 맘 알지?"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되, 동시에 "단체의 잘못을 찾아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을 실제로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었다.
지난달, 서울교통공사는 "출처는 밝히지 말아달라"며 일부 기자에게 단체의 시위 사진을 배포한 바 있다. 알고 봤더니, 여론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사진이었다. 이번 문건엔 "(휠체어 바퀴가 틈 사이에 낀) 사진을 자연스럽게 알리면서 시위자들이 고의로 열차 운행을 방해한 걸 증빙했다"고 적혀있었다.

문건 전체가 공개된 후 논란이 계속되자, 공사 측은 "직원 개인이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시위를 주도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천폐연대'에선 형사 고소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톡뉴스는 공사 측이 형사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했다.
우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 법은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분리⋅거부하는 등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등 장애인에 대한 직접 차별, 간접 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를 금지하고 있다(제4조). 이러한 차별 행위가 고의적⋅지속적⋅반복적 등으로 이뤄지면, 그땐 형사처벌 대상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제49조).
공사 측에 실제로 해당 조항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 변호사들은 "부적절한 행동인 건 맞지만, 실제 처벌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차별 행위가 '지속적⋅반복적 '으로 이뤄져야 처벌 대상인데, 이번 문건만으론 그렇게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 행위로 볼 여지는 있지만, 지속적⋅반복적으로 차별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슷한 문건이 과거부터 작성됐다는 게 추가로 드러나거나, 지속적인 차별 행위가 있었던 게 추가로 확인되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도 "문건만으로 봤을 때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에 대해 직접적인 차별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판단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의견을 종합해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되려면 ▲차별의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피해의 내용 및 규모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
이어 변호사들은 "현실적으로 국가인권위에서 공사 측에 '이런 행위를 하지말라'는 시정 권고를 내리는 정도로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번 문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7일 사과문을 올렸다. 공사 측은 "시민 여러분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공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내용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머리숙여 사과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