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대수냐” 폭언에 “헤어지자” 했더니…법원은 ‘내 탓’이라는데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임산부가 대수냐” 폭언에 “헤어지자” 했더니…법원은 ‘내 탓’이라는데

2026. 07. 28 16:4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파혼 위자료 청구했다 기각된 A씨…“관계 회복 시도했지만 상대가 중절 요구”

임신 중 약혼자의 폭언에 이별을 통보한 여성이 파혼 책임 판결로 위자료 청구를 기각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임신 15주차였던 A씨는 약혼자 B씨로부터 “임산부가 대수냐”는 폭언을 들었다.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다툼이 커졌고, A씨는 격분한 나머지 “헤어지자. 아이 낳기 싫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파혼의 책임을 물어 B씨에게 위자료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문에는 A씨의 ‘헤어지자’는 발언에 파혼의 큰 책임이 있다고 적혔다. 갈등의 원인은 ‘임신한 원고에 대한 배려의 범위 차이’라고만 언급됐다.


며칠 뒤 A씨가 사과하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B씨와 그의 가족이 파혼과 임신 중절을 요구한 사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폭언으로 시작된 다툼에서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 때문에 파혼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 걸까?


폭언이 원인인데…“헤어지자”는 말에만 쏠린 1심 판결


임신 15주차이던 A씨는 약혼자 B씨의 계속된 폭언에 시달렸다. B씨는 “임산부가 대수냐”는 말을 반복했고, 이는 카카오톡 대화에도 증거로 남아 있다.


결국 다툼 과정에서 A씨는 “헤어지자”, “아이 낳기 싫다”고 말했고, 이를 근거로 1심 법원은 약혼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도 크다고 봤다. 법원은 B씨의 폭언이라는 근본 원인 대신, A씨의 일시적 발언을 문제 삼아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며칠 뒤 사과하며 관계 회복을 시도했지만, B씨와 그의 가족은 오히려 파혼과 임신 중절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사정은 판결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누가 먼저 말했나보다 ‘왜’ 파탄났는지가 핵심”


변호사들은 1심 판결에 법리적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항소를 검토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약혼 해제의 책임은 단순히 누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는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약혼해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약혼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각 당사자의 귀책사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폭언과 모욕이 증거로 입증된다면, 1심이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이 항소심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임신한 배우자에 대한 배려 없는 비하 발언과 부당한 대우는 단순한 의견 대립이 아닌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에서 이러한 원인 제공 행위보다 다툼 과정의 일시적 발언을 중하게 본 것은 법리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약혼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지속적인 폭언이나 학대 등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그 밖의 중대한 사유’로 보고 약혼 해제 사유로 인정하기도 한다.


며칠 뒤 사과했는데…돌아온 건 ‘임신중절’ 요구


변호사들은 A씨가 며칠 뒤 먼저 사과하고 관계 회복을 시도한 점, 그럼에도 B씨 측이 파혼과 임신 중절을 요구한 점이 귀책사유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사과·연락 시도 이후에도 상대방이 거듭 파혼과 임신중절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실질적으로 관계를 끝내려 한 쪽이 누구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에 이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 항소심에서 입증·강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 역시 “사후 경위 역시 약혼을 최종적으로 누가 종료시켰는지를 판단하는 데 의미가 있는 사정”이라며 “1심 판결이 이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면 항소심에서는 사실오인이나 증거 판단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는 감정적인 억울함보다 시간순 정리가 중요하다”며 “폭언 시점, 그 직후 나온 발언, 며칠 뒤 사과와 관계개선 연락, 이후 상대방과 가족의 요구를 증거별로 묶어 파탄의 흐름을 다시 보여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