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라니까!" 경비원 목 잡은 주민 고작 벌금 50만원, '갑질 면죄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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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라니까!" 경비원 목 잡은 주민 고작 벌금 50만원, '갑질 면죄부' 논란

2026. 02. 09 13:5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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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부위 폭행에도 ‘솜방망이 처벌’ 지적

경비원 인권 보호 위한 엄중 양형 절실

"기다리라"는 지시를 어겼다며 경비원 목을 잡아 밀친 주민에게 벌금 50만 원이 선고되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확산 중이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주민이 경비원의 목을 잡아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북구 소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인 A씨(70대)는 당시 아파트 관리소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경비원 B씨가 대화에 끼어들자 A씨는 평소 B씨에 대해 품고 있던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A씨는 이후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B씨에게 "거기서 기다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잠시 후 A씨가 사무소를 찾았을 때 B씨가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하자, 그는 폭발하여 B씨의 목을 잡아 밀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폭행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고작 50만 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의 쟁점

법조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벌금 50만 원 선고를 두고 양형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갑질' 형태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26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폭행죄에서 말하는 '유형력의 행사'는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행위의 목적과 의도, 피해자가 느낀 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A씨가 공격한 '목 부위'는 신체의 매우 취약하고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밀치기보다 그 위험성이 높게 평가될 여지가 충분하다.


법원이 밝힌 양형 이유와 유사 판례의 온도 차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위와 유사 사건의 형량을 참작했을 때, 기존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 50만 원이 과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선고된 유사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이번 판결이 다소 가볍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24년 4월, 경비원의 근무 태도에 불만을 품고 가슴을 1회 밀친 주민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4. 23. 선고 2025고정29 판결). 가슴을 밀친 행위보다 목을 잡아 밀친 이번 사건의 가해 정도가 더 중함에도 불구하고 벌금은 오히려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다.


물론 피고인이 70대의 고령이라는 점과 상해의 발생 여부 등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의2가 경비원에 대한 부당한 지시나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법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경비원 갑질'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발 방지 위해선 '엄정한 양형 지침' 절실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은 단순한 개인 간의 시비를 넘어 정당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노동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행위다. 대구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이번 벌금 50만 원이 가해자에게 진정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아파트 내 잘못된 갑질 문화를 뿌리 뽑기에 충분한 금액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가해자가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법정형의 하한선에 가까운 벌금형은 오히려 가해자에게 '돈만 내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근로 현장에서의 인권 보호를 위해 사법당국의 더욱 단호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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