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한테 돈은 무조건 있어요”... 감옥 간 사기꾼에게서 내 돈 받는 법
“그 사람한테 돈은 무조건 있어요”... 감옥 간 사기꾼에게서 내 돈 받는 법
전문가들 “형사처벌과 별개, 신속한 민사소송·가압류로 재산부터 묶어야”

A씨의 돈을 가져간 사기꾼이 감옥에 들어갔다. 그에게서 돈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던 지인이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에 A씨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지만, 상대는 교도소에 있고 사건번호조차 모르는 막막한 상황. "그 사람한테 돈은 무조건 있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지만, 눈앞이 캄캄해지는 공포가 A씨를 휘감았다.
A씨는 지난 1월,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목돈을 투자금 명목으로 빌려줬다. 한 달 뒤면 원금에 두둑한 수익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약속은 달콤했다. 하지만 약속의 날이 지나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급을 미루더니, 극히 일부만 돌려주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돈을 빌려간 지인이 구속됐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상대는 교도소에 있습니다”…교도소 담장 너머로 돈 받는 법
눈앞이 캄캄해진 A씨. 당장 소송이라도 하고 싶지만 상대는 교도소에 있다. 이런 경우 돈을 돌려받는 것은 불가능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더신사 법무법인 유선종 변호사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교도소에 수감 중이어도 채권(돈을 돌려받을 권리) 자체가 소멸하지 않으므로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무자가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은 돈을 갚을 의무가 사라지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소송 서류를 전달하는 ‘송달’ 절차가 일반 소송과 다르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교도소 등에 수감된 사람에게 보내는 서류는 해당 기관의 장에게 보내야 효력이 있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채무자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어느 교도소에 수감 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정된 재산,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의자 뺏기 게임’에서 이기는 법
A씨처럼 피해자가 다수인 투자 사기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사기범의 재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채권자는 여러 명인 ‘의자 뺏기 게임’과 같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온경 추민경 변호사는 “피해자가 다수일 경우 먼저 소송을 걸어 판결을 받고 강제집행에 나선 사람에게 변제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는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어 신속한 소송 제기와 ‘가압류’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압류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임시로 '빨간 딱지'를 붙여놓는 조치다. 상대방의 예금, 부동산, 자동차 등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다. A씨처럼 “돈은 무조건 있다”고 확신하더라도, 그 재산을 묶어두지 않으면 소송에서 이기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가압류는 바로 이 최악의 상황을 막는 ‘안전핀’과 같다.
“감옥 보냈으니 끝?”…사기꾼 압박과 내 돈 회수, 두 마리 토끼 잡는 법
많은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국가가 알아서 피해금을 찾아줄 것이라 오해한다. 하지만 형사재판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결정하는 절차일 뿐, 피해 회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고소는 그 자체만으로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 합의를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면서도 “피해 회복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 형사 절차와 별개로 반드시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사기꾼을 압박하는 형사 고소와 내 돈을 확보하는 민사 소송이라는 '두 개의 고속도로에 동시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배상명령(형사재판에서 민사적 손해배상까지 함께 명령하는 제도)’을 신청해 일부 피해를 구제받을 수도 있지만, 배상 책임 범위가 불분명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형사고소로 상대를 압박하는 동시에, 민사소송과 가압류를 통해 내 몫을 법적으로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A씨의 사례는 ‘감옥에 가면 모든 게 끝’이라는 통념이 법 앞에서는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혹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절망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단념이 아니다.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아는 정보를 총동원해 변호사와 상담하고 신속히 소장을 접수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만큼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법의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