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이렇습니다] 대법원은 자기부담금 돌려받을 수 있다는데, 왜 나는 못 돌려받나요?
[그건 이렇습니다] 대법원은 자기부담금 돌려받을 수 있다는데, 왜 나는 못 돌려받나요?
대법원 "손해보험에서 구상권 청구 시, 보험사가 고객 몫 먼저 줘야 한다" 판결 이후
자기부담금 환급 요구 거세지자⋯분쟁 소지 없앤다며 약관 개정 나선 금감원
새 약관에 따르면 자기부담금 환급 불가능⋯채권 소멸시효 3년 지나기 전 청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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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된다", 보험사는 "안 된다" 해왔던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 분쟁. 결국 금감원이 약관까지 개정하며 "자기부담금은 환급 안 된다"고 선언했다. 이제 자기부담금 환급 문제는 남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네이버 지도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자동차 사고가 나면 보험사가 수리비 대부분을 부담하지만, 가입자도 '자기부담금'을 내야 한다. 보험금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 비용인데, 보험사는 이걸 초과한 금액부터 보상해준다.
그런데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험사가 받은 자기부담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보험사가 사고 상대방 측으로부터 배상금을 받는다면, 가입자의 손해액(자기부담금)부터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과실 비율이 낮은 운전자는 자기부담금 상당 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다. 실제 이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무려 887개의 소송에서 해당 판결문을 인용했다. "대법원이 정한 것처럼, 자기부담금은 보험 가입자가 받아야 하는 돈"이라는 취지의 소송들이었다.
우리나라 최고 권위를 가진 대법원. 그 중에서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한다는 전원합의체에서 정한 판결이니, 이제 이러한 규칙이 모든 교통사고 보험 처리에 적용될 수 있는 걸까?
답부터 먼저 말하면, 그렇지 않다. 보험회사들이 약관에 "자기부담금은 못 돌려받는다, 그게 싫다면 과실 비율 확정 때까지 차를 수리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는 식으로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같은 약관 변경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먼저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다'고 권고하면서 이뤄졌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AXA손해보험⋯.
국내 존재하는 12개 손해보험사 약관을 전수조사해봤더니, 12개사 모두 지난해 8월 이후 새로운 약관을 적용 중이었다. 판에 찍은 듯 똑같이 "자기부담금은 환급 대상이 아니다"는 취지가 반영된 약관이었다.
확인 결과, 문제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에 해당 판결을 인용해 "자기부담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손해보험사들이 이를 원천봉쇄하는 약관을 개정한 것이다.

이래도 되는 걸까? 금감원의 대답은 "그래도 된다"였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의 사고 방지 같은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애초에 자기부담금 환급이 안 되는 게 타당하다"며 "약관을 고친 건 불필요한 분쟁 소지를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법원 판결 취지와 대치되고 보험 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측면에서 '불공정 약관 가능성'을 물었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그건 사후 판단을 받아봐야 아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금감원의 입장에 대해 한 변호사는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유승 종합법률사무소의 김장천 변호사는 "금감원은 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게, 자기부담금을 어떻게 반환해줄지 절차적으로 규정하는 약관을 마련했어야 한다"며 "오히려 반대로 개정된 신규 약관이 약관법상 유효한 것인지도 추후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약관이 적용되고 있던 때에 자기부담금을 보험사에 냈던 사람들은 환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험금 채권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라면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법률자문

대한변협 등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인 손조흔 변호사(변호사 손조흔 법률사무소)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손 변호사는 "(기존 약관 하에 자기부담금을 부담한) 소비자가 환급을 요구했음에도 보험사가 자기부담금을 취한다면, 민법상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환급받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면서도 "보통 자기부담금이 20만~50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인데, 이를 위해 소송전을 벌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이에 김장천, 손조흔 변호사는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면, 개인이 부담하는 소송 비용은 줄어들고 법적 구제는 똑같이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을 위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