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피해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아닙니다
불법촬영 피해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회사가 평판 저하 및 사회적 물의 일으켰다는 이유로 해고하면 어떡하나

자신을 몰래 찍은 불법 촬영물이 온라인에 유포됐다는 걸 알게 된 A씨. 그런데 유포된 제목에 A씨 회사명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영상을 본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자신에 대한 불법 촬영물이 온라인에 유포됐다는 걸 알게 된 A씨. 불법촬영을 당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A씨는 '한 가지'를 더 걱정해야 했다.
'〇〇기업 〇〇녀'
불법촬영물 영상 제목에 A씨가 다니는 직장 이름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처럼 느껴졌다. A씨는 이 영상의 추가유포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눈앞이 캄캄하다. 거기에 회사 이미지 손상을 이유로 자신이 징계나 해고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현재 A씨에게 최우선 과제는 불법촬영물의 추가 유포를 막는 것. 경찰 신고만으로는 부족하다.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해서는 총 두 기관에 추가로 범죄 피해를 신고할 필요가 있다. 경찰 외에 ①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②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①)에는 영상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홈페이지 및 전화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신고가 가능하다. 신고할 때는 불법촬영물의 링크 주소와 근거 자료(게시물 제목, 댓글, 팝업, 프로필 정보 등)를 기재하면 된다.
신고가 이뤄지면 방통위는 24시간 이내로 심의를 거쳐 불법촬영물 삭제, 해당 사이트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한다. 삭제 한 번의 단발성 조치로 그치는 건 아니다. 방통위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재확산을 방지한다"며 "불법촬영물 DNA 추출, 필터링 DB" 등을 그 방법으로 언급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②)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서도 홈페이지 및 전화를 통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피해자는 상담과 함께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 등에 대해 연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수사 과정 모니터링과 ▲무료 법률 지원 ▲유포현황 모니터링 ▲삭제지원 결과보고서 조회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다만 유포현황 모니터링 및 삭제지원을 받으려면, 불법 촬영물 원본이 확보되어야만 가능하다. A씨가 경찰 신고를 동시에 해 가해자를 검거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상담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더불어 A씨는 회사가 A씨의 상황을 문제 삼아 해고 등의 불이익을 가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피해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회사가 A씨를 해고한다면, 명백한 부당해고입니다."
변호사들이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에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 징계를 금지하고 있다. 근로자를 징계하려면 정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변호사들은 공통되게 "불법촬영 피해자라는 건 정당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초석의 권영국 변호사는 "회사 측에서 사회평판 하락 등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시키려면, 해당 근로자가 그러한 행위를 '한 자'여야 한다"며 "피해자는 그게 아니라 '당한 자'일 뿐이기 때문에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태원의 김남석 변호사도 "범죄의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안심의 강문혁 변호사는 "만약 회사가 A씨를 해고한다면 이는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회사가 A씨에게 해고 등 징계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을 통해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부당해고라는 게 최종 인정되면, 회사 측은 A씨에게 부당해고 기간 중의 미지급 임금, 이에 대한 연체 이자 등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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