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직장 동료에게 '사랑해요'…6분간 3통 전화, 스토킹될까?
회식 후 직장 동료에게 '사랑해요'…6분간 3통 전화, 스토킹될까?
경찰서에서 스토킹 고소 연락받은 30대 가장…가족과 직장에 알려질까 전전긍긍

회식 후 술김에 직장 동료에게 3차례 전화한 30대 남성이 스토킹 혐의로 고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30대 남성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A씨는 최근 회식 후 귀가하던 길에 술기운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했다.
평소 대화를 한 번도 나눠 본 적이 없는 직장 동료에게 발신번호 표시를 제한한 채 전화를 건 것이다. 약 6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통화를 시도한 후, A씨는 경찰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고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처벌은 물론, 이 사실이 가족과 직장에 알려질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순간의 실수는 어떤 법적 결과로 이어질까?
회식 후 '발신자표시제한'으로 3통의 전화
사건은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일어났다. 직장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A씨는 얼마 전 우연히 마주친 직장 동료 B씨가 떠올랐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궁금했던 A씨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인 줄 알면서도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첫 통화는 30초간 이어졌다. A씨는 "ㅇㅇㅇ 선생님 맞으시죠? 남자친구가 있으세요? 사랑해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3분 뒤 다시 전화를 걸자, 이번엔 한 남성이 받아 욕설을 했고, A씨는 당황해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A씨는 3분 뒤 또다시 전화를 걸었고, 상대가 받지 않자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마음에 통화 목록을 지우고 귀가했지만, 며칠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B씨가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6분간 3통, '반복성' 인정될까? 변호사들 "다퉈볼 여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토킹 범죄의 핵심 요건인 '지속성·반복성'이 인정되는지를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다만 다퉈 볼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약 6분 사이에 3회 전화한 것이 전부이고, 그 이전과 이후로 단 한 번도 유사한 행위가 없었다는 점은 '반복성' 요건 충족 여부를 다투는 데 있어 중요한 방어 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일회성·단발성 행위를 넘어선 반복성이 입증돼야 한다.
반면, 짧은 시간 내 행위라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두 번째 통화에서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욕설을 하며 끊었음에도 3분 뒤 재차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명백한 거절 의사에 반하여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스토킹처벌법상의 범죄 요건이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법적으로 스토킹 범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가족·직장에 알려질까 두렵다"…가장 먼저 할 일은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이 사실이 가족과 직장에 알려지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이 사건 사실을 가족이나 직장에 먼저 통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가장 큰 변수는 집으로 배달되는 '우편물'이다.
변호사 안영진 법률사무소의 안영진 변호사는 "지금 당장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사건과 관련된 모든 우편물이 의뢰인의 집이 아닌 변호사 사무실로 송달되도록 송달장소 변경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보내는 출석요구서나 결정문 같은 등기 우편물은 주민등록지로 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가족들이 먼저 서류를 받아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짚었다.
섣부른 사과 시도도 금물이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사과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사건을 더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더라도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야 2차 가해나 추가적인 스토킹 행위로 비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