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어렵다며 공학 전환?"... 동덕여대 총장, '교비 횡령' 혐의로 검찰 넘겨졌다
"재정 어렵다며 공학 전환?"... 동덕여대 총장, '교비 횡령' 혐의로 검찰 넘겨졌다
등록금 회계로 '소송 비용' 충당한 혐의
대법원 "교육 무관한 지출은 명백한 횡령"

동덕여대 재단 규탄하는 재학생 연합 /연합뉴스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이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학교 측이 "재정난과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남녀공학 전환을 시도해 학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정작 대학 최고 책임자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달 초 김 총장을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김 총장이 교육 목적과 무관한 법률 자문 비용 등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학생 돈으로 '방어권' 행사? 경찰 "혐의 인정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의당은 김 총장을 비롯해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 등 학교 임직원 7명을 교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여성의당 측은 "학교가 교수나 학생의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법률 비용을 학교법인이 아닌 교비회계에서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대학의 회계는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로 엄격히 구분된다. 학생들의 등록금 등으로 조성되는 교비회계는 오직 학생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에만 쓰여야 한다. 법인의 소송 비용이나 자문료 등은 재단(법인)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경찰 수사 결과, 고발된 7명 중 김 총장을 제외한 이사장 등 6명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교비 집행의 최종 결재권자인 김 총장에 대해서는 혐의점이 발견되어 검찰로 사건이 넘겨졌다.
"공학 전환 명분 무색"... 학내 비판 거세질 듯
이번 검찰 송치 사실이 알려지자 학내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동덕여대는 지난 3일, 오는 2029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학교 측이 내세운 주된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난 극복'이었다.
하지만 학교 재정을 살리겠다며 공학 전환을 밀어붙이는 총장이, 정작 학교 재정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학교 측의 명분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장이 횡령 혐의로 송치됐음에도 학교는 아무런 조치 없이 공학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며 "재정난을 이유로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하기 전에 사학 비리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 "교비 전용은 그 자체로 횡령... 불법영득의사 인정"
법조계에서는 김 총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법원은 사립학교 교비의 용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이를 어길 경우 '불법영득의사(남의 재물을 내 것처럼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 "좋은 의도였어도 횡령"... 엄격한 판례의 태도
대법원 판례는 교비 횡령에 대해 매우 단호하다. 대법원은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적법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그 자체로써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왔다(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4도6286 판결). 설령 그 사용이 결과적으로 학교를 위하는 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정해진 용도를 벗어난 순간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2. 법률 비용,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나
핵심 쟁점은 '법률 비용의 성격'이다. 사립학교법 제29조 및 동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교비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판례는 교직원 개인의 소송비용이나 학교법인의 운영 관련 법률 자문료를 교비에서 지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특히 대법원은 "교비회계에 속하는 돈을 같은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를 위해 사용한 경우에도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1도1779 판결). 즉, 김 총장이 지출한 법률 비용이 학생들의 교육과 무관한 법인이나 개인의 방어를 위해 쓰였다면, 이는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이자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
3. 예상되는 처벌 수위는?
업무상 횡령죄(형법 제356조)가 인정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횡령액이 5억 원을 넘어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가중처벌 받는다.
과거 유사 사례를 보면, F대학교 총장이 교비 약 2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의정부지방법원 2023. 12. 15. 선고 2020고합51 판결). 반면 피해 금액이 1억 원대로 비교적 적고 전액 변제된 경우에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결국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밝혀질 구체적인 횡령 액수와, 해당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교육 관련성 여부)가 김 총장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