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등장으로 웹툰 업계가 바뀌었다, 작가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준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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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등장으로 웹툰 업계가 바뀌었다, 작가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준 변호사들

2021. 10. 08 18:46 작성2021. 10. 13 11: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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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 공동 저자 윤영환 변호사 인터뷰

격변하는 만화 생태계 흐름 속에서 웹툰 작가들의 손을 잡은 '변호사 친구들'

"최소한 '당하지' 않게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 알려주는 게 목표"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만 여겨진 '웹툰 작가’들에겐 매일이 생존 싸움이었다. 열악한 처우와 불공정 계약, 국내외를 막론한 저작권 침해가 비일비재했기 때문. 그런 웹툰 작가 곁에 선 변호사 친구들, '아트로’ 소속의 윤영환 변호사를 만났다. 왜 이들은 예술가의 눈과 귀가 되기로 마음 먹은 걸까. /강선민 기자⋅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작가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작품을 빼앗겼을 때다."


일본 유명 만화 '원피스'의 명대사를 빗대어 쓴 이 피켓을 들고, 웹툰 작가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난 2018년, 국내 유력 웹툰 서비스사의 불공정 행위를 규탄하기 위한 자리였다.


창작자와 웹툰 서비스사 간 분쟁이 본격화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웹툰 업계가 최대 호황기를 맞았을 때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권에 '웹툰 작가'가 등장했고,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일부 인기 작가들이 수십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소식에 "나도 웹툰이나 그릴까"라는 말이 심심찮게 돌던 그때다.


그렇게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처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미성년자인 웹툰 작가 지망생에게 '연재의 기회'를 준다며 계약을 맺고는, 업체가 저작권을 빼앗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작가와 계약을 종료한 후에, 업체가 그의 작품으로 계속 수익을 얻는 식의 계약도 존재했다. 작가들은 웹툰 업체에 작품만 빼앗긴 채, 제대로 된 대가도 지급받지 못했다.


종이책에서 모바일로⋯만화 생태계를 다시 그리던 변화의 시대에 등장한 '아트로'

이 밖에도 창작자들을 울리고, 전적으로 웹툰 서비스사에만 유리한 상황은 수없이 많았다. 불공정약관은 웹툰 업계의 혼란한 틈새를 꽤 오래도록 파고들었다. 염가 계약과 무리한 연재 일정, 지각비 요구는 기본. 작품이 인기를 얻지 못하면 손쉽게 연재를 종료시킬 수 있었고, 잘 팔려도 '그림값' 외 모든 수익은 업체가 가져가는 식의 약관이 널리 통용됐다.


작가들의 항의에는 업계 관행이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렇지만 당장 연재 기회를 얻는 것이 더 시급했던 작가들로선, 이러한 횡포에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일부 인기 작가가 아니고서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많았기에, 법무법인을 통해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들먹이는 업체와 정면으로 맞서기도 어려웠다.


그 시기에 웹툰 작가들의 곁에 섰던 '변호사 친구들'이 있다. 바로 법무법인 덕수의 문화예술법률그룹, '아트로(Art Law)' 소속 변호사들이다. 소송에 휘말린 작가들을 지원했고, 업체와의 협상에 필요한 모든 법률 자문을 기꺼이 도맡았다. 창작자들과 함께 거리로 직접 나가 마이크를 잡았고, 국회를 찾아가 연대를 요청했다.


평균 법조경력 10년. 시니어부터 주니어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변호사 4명으로 구성된 아트로는 창작자들의 눈과 입을 자처했다. /강선민 기자
평균 법조경력 10년. 시니어부터 주니어까지 다양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아트로는 창작자들의 눈과 입을 자처했다. /강선민 기자


평균 법조경력 10년. 시니어부터 주니어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변호사 4명이 창작자들과 한 팀처럼 움직였다. 그렇게 아트로는 창작자들의 눈과 입을 자처했다.


아트로의 표현을 빌리면 "중견 작가부터 지망생까지, 의뢰가 들어오는 모든 상담을 다 들어줬다"고 했다. 이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법률 도움을 주는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아트로를 만난 창작자들로선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기자는 아트로를 대표하는 윤영환 변호사를 만나 그 까닭을 물었다.


"그렇게 힘든 일을, 외면하지 않고 발벗고 나서서 함께 하고 도운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희 모두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요. 창작자들이 마음 놓고 그릴 수 있게 해줘야, 언제든 또 우리가 좋아하는 만화를 볼 수 있잖아요."


Q. 아트로가 무법지대에 있던 '웹툰 업계'를 법의 테두리에 넣었다고 평가해도 될까.

"그렇지 않습니다. 과분한 평가죠. 아트로 변호사 모두 큰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있지만, 저희만의 노력으로 일군 변화는 결코 아닙니다. 무엇보다 창작자 당사자들의 의지와 노력이 컸고요. 국회나 정부 기관, 한국만화가협회와 같이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또 웹툰 소비자들의 역할도 무척 컸습니다. 그분들이 창작자가 처한 문제를 인지하고, (작가에게) 부당한 조치가 있으면 불매 운동을 하는 식으로 적극 대응했거든요. 이 때문에 웹툰 업체들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거라고 봅니다.


여기서 저희 아트로 변호사들이 한 역할은 '다 같이 토론을 할 수 있는 링'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동안은 각자가 자신만의 언어와 경험을 가지고 주장을 펼치는 상황이었어요.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법적 자문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창작자들에겐 불리한 점이 많았고요.


저희는 웹툰 업계의 만연한 관행들을 공통된 법적 쟁점으로 묶었고,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옳고 그름을 다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웹툰 업체와 창작자가 동일한 힘을 가지고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보탠 거죠."


Q. 이슈가 크게 불거진 건 2018년이지만, 그 이전부터 웹툰 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고.

"2015년부터 우리나라 웹툰 업계가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습니다. 이때부턴 만화를 잘 출판하고 유통만 하는 거로는 부족해집니다.


단행본을 내는 개념이 아니라, 주 몇 회 온라인 연재 같은 방식으로 창작자들의 작업 환경도 변해가요. 그전에는 흔치 않았던 해외 판권에 대한 법률 이슈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한국 웹툰이 일본을 완전히 휩쓸고 있는 정도에요. 우리나라 웹툰이 해외 여러 국가로 수출되는 상황이죠.


이렇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히 발생하는 법률 문제도 많아졌습니다. 창작자와 웹툰 서비스사. 웹툰으로 캐릭터 상품이나 제2의 저작물을 만들려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계약 관리를 도맡는 에이전시들. 각종 협회와 정부 기관까지. 웹툰을 둘러싸고 많은 이해관계들이 생기기 시작한 거예요.


매일 새로운 법률 관계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웹툰 산업의 시장 규모. /KT 경제경영연구소
한국 웹툰 산업의 시장 규모. /KT 경제경영연구소


윤영환 변호사의 말처럼 국내 만화 산업은 온라인을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초만 해도 1000억원대 산업 규모였지만, 지난해는 1조원대까지 성장했다. 한때는 하락세를 보였던 산업이 10년 사이에 10배나 규모를 키운 셈이다.


Q. 그렇게 웹툰 업계가 격변하던 시점에, 아트로도 만들어졌다.

"오래전부터 문화예술계를 위한 법률 자문을 많이 해왔지만, 2015년에 아트로를 만들고 본격적인 자문을 시작했죠. 그해 11월 3일, 만화의 날에 한국만화가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 후로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창작자들을 위한 법률 자문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상담 주제는 다양합니다. 불공정계약이나 저작권 침해 문제, 온라인 명예훼손처럼 웹툰 작가들이 겪는 다양한 분쟁들이 모두 자문 대상입니다.


아트로는 그저 작가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내로라하는 창작자는 많지만 그 주변에 모두 변호사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대표 단체가 있더라도, 한명 한명의 문화예술인들을 다 지원하기엔 사정이 열악한 경우가 많고요.


오로지 창작자의 입장에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작권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 저작권을 지키는 길은 수백 갈래다

그저 만화가 좋아서 삼삼오오 모였다는 변호사들. 덤덤하게 소회를 전했지만, 아트로가 해낸 일들은 결코 작지 않다. 아트로는 창작자들로 하여금 '지금 사인하는 계약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어떤 권리를 지켜야 하는지도 명확히 짚어줬다.


지난 2018년 분쟁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웹툰 서비스사 26곳에 불공정약관 시정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불합리한 창작 환경을 강요해왔던 셈. 이런 상황에서 아트로는 웹툰 작가들을 위한 표준계약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것이다.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은 아트로를 두고 "창작자들이 겪는 여러 고난을 함께 헤쳐나가는 전우이자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Q. '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나름의 계기가 있어요. 저희 아트로가 지난 2015년부터 한국만화가협회를 통해서 무상 법률자문을 해왔는데, 저희를 찾아온 창작자나 웹툰 지망생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분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계속 상담을 해드렸어요. 그만큼 웹툰계 도처에 법적 쟁점이 있다는 말이기도 했고요.


그런 사례가 몇 년씩 축적되다 보니까, 이제는 정리를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이 사례들만 잘 정리해서 책으로 내도, 어디선가 도움을 받는 작가들이 생기겠다는 생각이었죠. '나만 이런 문제 겪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하면서 웹툰 업계의 법률 문제들도 공유될 거고요.


더 나아가선 법조인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아트로뿐 아니라 다른 변호사들도 이쪽 업계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더 건강하고 공정한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더 건강하고 공정한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아트로'는 만들어졌다. /강선민 기자
"더 건강하고 공정한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아트로'는 만들어졌다. /강선민 기자


윤영환 변호사를 비롯해 아트로 소속 변호사들이 처음 희망했던 작은 변화는 정말로 이뤄졌다. 특히 웹툰 서비스사들이 창작자에게 보수 체계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캐릭터 상품 제작이나 영화 판권 등에 관한 2차적 저작권을 임의로 가져갈 수 없게 하는 변화도 일궈냈다. 최소 수익(Minimum Guarantee·MG)을 보장한다면서, 작가들의 회차별 유료 수익을 빼앗는 일에 가까웠던 고료 산정 방식도 변화시켰다. 모 업체가 3년간 작가들에게서 지각비 명목으로 거둬들인 3억 4000만원을 지연 이자와 함께 반환하기로 한 것도, 아트로가 작가들과 함께 연대해 목소리를 내던 그 시점이다.


Q. 책 한 권을 펴기 위해 들어간 공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쉽게 생각하면, 책을 열심히 쓰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오는 식이었습니다. (웃음) 끝이 없는 거죠. 저보단 후배 변호사들이 고생을 더 많이 했습니다. 저희 법인의 김성주 변호사와 임애리 변호사, 신하나 변호사가 고생해 책을 만들었죠.


이런 적도 있었어요. 열심히 초고를 써서 만화 업계 쪽 관계자에게 검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관계자가 초고를 보더니 "변호사님, 요새 업계에서 화제가 되는 건 이런 겁니다"라면서 전혀 색다른 주제를 짚어주더라고요. 결국 그 부분을 고려해서 다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책의 방향을 기획해야 했습니다.


문화예술계는 지식재산권이라는 이름 하나로 묶기엔 너무 방대한 업계에요. 웹툰, 출판, 연극, 방송 등. 각 분야별 특수성을 다 이해해야 했습니다. 각 분야 협회하고도 협의를 많이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에 담지 못한 새로운 이슈들이 많습니다. 더 쌓이면, 또 책으로 내야겠죠."


Q. 다른 민·형사 사건과 비교할 때, 지식재산권 사건이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건 어떤 부분일까?

"이 분야 자체가 일반 민·형사 사건과 달리 워낙 특이하죠. 각 분야 하나하나가 특수 영역이고, 필드 자체에서 통하는 논리나 개념어가 따로 있습니다. 그거에 맞는 해결방식이 있고요.


창작물로 표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한다든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된 것이어야 저작권이 인정된다든가 이런 것들. 그것부터 이해해야 정확하게 사건 해결이 가능합니다. 일반론적인 '지식재산권'으로만 뭉뚱그려서는 이 필드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장 웹툰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디테일한 법률 관계나 제도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합니다.


그렇게 법적인 쟁점을 이해하다 보면, 꼭 필요한 제도 자체가 아예 안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있어요. 신생 분야이고, 몇 년 사이 엄청난 발전이 있었으니까요. 아직 제도가 현상을 따라가지 못한 거예요. 그때는 사건을 수행하는 동시에 정부에 제도 개선도 함께 요구해가야 합니다.


또, 사건 의뢰인이 창작자라고 한다면 그분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게 하는 것부터가 지식재산권 사건의 시작입니다. 그러니 가장 법조계와 거리가 멀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법조인이 꼭 필요한 영역인 셈이죠."


Q. 책을 내면서 가장 좋았던 점, 내지는 기억에 남는 점을 꼽는다면?

"아트로에서 책을 쓸 때 세운 목표는 딱 하나였습니다. 창작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최소한 '당하지' 않게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자.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자.


권력이나 자본에 종속돼서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지원하자. 이런 걸 제일 신경 썼어요. 그리고 그런 작업에 참여했다는 게 저희 아트로 변호사들의 자부심입니다.


이 일을 하는 자체가 너무 즐겁기도 했어요. 특히 제가 웹툰이나 만화를 너무 좋아하니까, 작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나누고 술 먹고 놀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웃음) 그게 말하자면 제게는 자문료 이상의 그런 거였죠."


Q. 윤영환 변호사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만남을 기대했던 작가는 누구인지?

"만나고 싶었던 분들이 워낙 많아서, 몇 명만 꼽기가 어려워요. 그중에서도 90년대부터 밀리언셀러였던 이충호 작가나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평소에 제가 보던 작품들을 만든 분들이어서 더 기대가 됐었죠.


지금은 한국만화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일숙 작가도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라는 작품을 만든 분이에요. 제가 여동생들이 있어서 순정 만화를 많이 봤었거든요. 그중에서도 신일숙 작가님이 만드신 만화들을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누구와의 만남을 가장 기대했느냐"는 질문에 윤영환 변호사의 눈이 아이처럼 반짝였다. /강선민 기자
"누구와의 만남을 가장 기대했느냐"는 질문에 윤영환 변호사의 눈이 아이처럼 반짝였다. /강선민 기자


이날 건넨 기자의 질문에, 윤영환 변호사의 눈이 소년처럼 반짝였다. 오로지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변호사들이 모였고, 그게 아트로를 만들게 했다는 앞선 설명을 몸소 증명해줬다. 그런 윤영환 변호사에게 신조어를 하나를 설명했다.


"변호사님, 그야말로 '성덕'이시네요. '성공한 덕후'라는 말을 줄인 신조어입니다. 어떤 분야를 너무 좋아하고 팬이었던 사람이, 마침 그 분야에서 업무적으로 성공을 하면 그렇게들 부르곤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윤영환 변호사는 "그런 말도 있군요. 그럼 제가 '성덕' 맞네요"라며 환하게 대답했다.


공익과 인권의 성지, 법무법인 덕수는 왜 예술계로 뛰어들었을까

아트로의 활동들은 법무법인 덕수라는 이름을 통해서 한 번 더 설득력을 얻는다.


1971년 설립된 법무법인 덕수는 무려 반세기 동안 법조계를 지켰다. 특히 공익·인권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그런 법무법인 덕수가 문화예술법률그룹을 설립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점이 인상 깊었다. 아트로가 하고 있는 창작자들을 위한 법률지원은, 다른 의미에서 그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덕수의 가치관을 잇는 일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윤영환 변호사는 "역사상 예술인들은 늘 앞장서 저항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 해왔다"며 "그런 분들이 법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면, 이번에는 법률가들이 나서서 돕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Q. '로펌'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몇 년간 몰입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대표의 반대는 없었나?

"저희 법무법인 덕수는 원래부터도 언론, 미디어, 문화예술 관련 업무가 많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스크린 쿼터제 축소 관련 분쟁 대리도 그렇고요. 제가 했던 히딩크 넥타이 사건이나 문화예술계 원로인사 등 수백명이 입 모아 성명을 냈던 도라산역 벽화 훼손 사건도 저희 법인이 맡아서 했던 일이죠.


그리고 이전부터 문화예술계에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웹툰 쪽도 그렇고, 업계에 고질적인 법적 맹점들이 많았거든요. 노동 착취 문제라든지, 인권 문제라든지. 그런 점에서 저희가 다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봤죠.


즐거움과 공익. 두 가지만 생각하고 아트로의 일을 시작했다는 윤영환 변호사. /강선민 기자
즐거움과 공익. 두 가지만 생각하고 아트로의 일을 시작했다는 윤영환 변호사. /강선민 기자


저희 법무법인 덕수는 아시다시피 전통적으로 작은 기업들, 창작자들, 노동자들 권리를 대변하는 일을 많이 해왔어요. 아트로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걸로 돈을 벌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즐거움과 공익. 딱 두 가지만 생각하고 시작한 겁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돈도 벌지 않겠나, 생각했고요 (웃음).


대표 변호사분들이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김형태 대표 변호사님이나, 지금은 헌법재판관으로 가신 이석태 변호사님도 작가 수준으로 글을 쓰실 만큼 이 분야에 애정이 깊답니다.


두 분이 아트로 설립 당시에 덕수의 공동대표셨는데, "좋은 일이네. 해봐라"라고 선뜻 말씀하셨어요. 그게 법무법인 덕수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공익을 위한 일이면 "뭐든지 해도 좋다"라고 해주거든요."


Q. 아트로 소속 변호사들도 문화예술 분야와 인연이 많다고 들었다.

"네 맞습니다. 아트로에 뭉친 변호사들 중에는 실제 밴드에서 보컬을 했거나 연극 무대에 올랐던 분도 있습니다. 합창단을 했던 변호사도 있고,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죠. 다들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에요.


이렇게 변호사 개개인이 가진 취향과 우리의 법률 서비스가 결합될 수 있는 지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우리 서로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 이게 시작이었죠."


Q.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면, '꿈의 직장'일 것 같다.

"사실 변호사라는 게 토요일도 없고 주말도 없고, 맨날 야근을 해야 하니 참 힘든 직업이거든요. 그런 변호사 일을 재밌게 느끼게 해준 게 덕수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여기서만 20년이 넘게 있었네요.


저희 분위기가 그래요. 적극적이고 서로 존중하고 자발성이 높은 조직이죠. 전혀 권위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20년 전에 처음 덕수에 왔을 때 우리 (사수) 변호사님이 제일 먼저 한 얘기가 뭔지 아세요? "밥 나오면 먼저 먹어라. 기다리지 말아라" 이거였어요. 선배 기다렸다가 야단 맞았어요.


제가 처음 변호사 된 게 2002년인데, 그때만 해도 위계질서가 무척 강했던 때에요. 법조계 선후배 관계도 무척 깍듯했고요. 근데 여긴 안 그랬거든요. 그게 자연히 전통이 되죠. 저도 후배들한테나 직원들한테도 똑같이 대하게 되고요.


또 원체 매이길 싫어하는 성격인데 그런 저를 덕수가 잘 받아준 것 같아요. 본래 일을 하면서도, 아트로처럼 다른 여백들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시간도 허락해줬고요. 그렇게 숨 쉴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았다면, 여태껏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아트로가 하고 있는 창작자들을 위한 법률지원은, 다른 의미에서 그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덕수의 가치관을 잇는 일이기도 했다. /강선민 기자
아트로가 하고 있는 창작자들을 위한 법률지원은, 다른 의미에서 그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덕수의 가치관을 잇는 일이기도 했다. /강선민 기자


예술의 영역을 넘어, 법과 현실이 만나는 곳에 '아트로'가 서 있다

저작권은 간단하고도 명확한 원칙이다. 만든 사람이 권리를 갖는 것. 하지만 이 권리를 지키는 일은 그보단 훨씬 복잡한 일이 된다. 저작물의 범위는 넓고 다양한데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권리도 각양각색이다. 여기서부터는 예술의 영역을 넘어 법과 현실이 어우러진다. 오직 작품만을 생각하던 창작자 곁에, 그들을 도울 누군가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윤영환 변호사를 비롯한 아트로의 변호사들은 기꺼이 그들을 위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만화계의 이슈는 우리의(예술가들의) 이해를 넘어서서 빠른 속도로, 또 복잡다양한 방식으로 터져 나왔다.

그 법적 논쟁을 도와준 건 법무법인 덕수의 문화예술법률그룹 아트로였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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