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주려다 한 달 깜빡" 주운 지갑, 절도일까? 무죄 가를 핵심
"돌려주려다 한 달 깜빡" 주운 지갑, 절도일까? 무죄 가를 핵심
현금은 그대로인데
‘불법영득의사’가 죄를 가른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길에서 주운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주려다 한 달간 깜빡 잊었을 뿐인데, 경찰로부터 ‘절도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한 시민의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사안이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처벌의 핵심은 ‘불법영득의사(불법적으로 소유하려는 의도)’의 유무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과연 지갑 속 현금을 손대지 않은 사실이 그의 선한 의도를 증명해 줄 수 있을까?
“우체통에 넣으려 했을 뿐”… 한 달 만의 경찰 연락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운전 중 길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 주변에 주인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우체통에 넣어 주려는 생각으로 지갑을 주워 지인이 빌려준 차의 트렁크(보닛)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지갑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고, 며칠 뒤 술자리 약속 후에는 지갑을 분실한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한 달이 흐른 뒤, 집 안을 청소하다 옷가지 사이에서 지갑을 기적처럼 발견했다. 안도감도 잠시, A씨는 경찰로부터 “도로에서 주운 것이지만 이것도 절도죄라고 합니다”라는 충격적인 연락을 받게 됐다.
‘절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 죄명이 갈리는 이유
경찰의 ‘절도죄’ 언급에 당황한 A씨.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창세 박영재 변호사는 “절도죄는 타인의 점유하에 있는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경우 성립하는데, 길에 떨어진 지갑은 이미 소유자가 직접 점유하지 않는 상태라 절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주인이 관리하고 있는 물건을 훔친 것이 아니라 주인의 손을 떠난 물건(점유 이탈물)을 습득했기 때문에 죄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형법 제360조의 ‘점유이탈물횡령죄’다. 유실물을 정당한 절차 없이 반환하지 않고 보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무죄의 열쇠 ‘불법영득의사’, 손대지 않은 현금이 증거가 될까?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불법영득의사’, 즉 불법적으로 소유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는 습득 경위, 지인에게 반환 의사를 표시한 점, 특히 내용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보존했다는 점을 근거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을 적극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원은 역 대합실에서 주운 지갑을 우체통에 넣어 주인에게 반환한 사안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대구지방법원 2016노3403).
다만 신 변호사는 유리한 정황과 별개로 불리한 점도 분명히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갑을 반환하지 않고 소지하고 있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하게 하는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유실물법은 습득 후 7일 이내에 경찰서 등에 제출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증거’를 통해 불법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경찰 조사 시에는 처음부터 되돌려줄 의도가 있었음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현금 등 내용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인에게 했던 말이나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지인의 진술서도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씨가 초범이고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등 피해가 경미한 점을 고려하면, 혐의를 벗거나 기소유예(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처분) 등 가벼운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사실대로 말하면 결백을 입증할 수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하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며 수사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