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 생니 뽑았으니 보상해 달라" 떼쓰는 악성 민원인 혼내주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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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 생니 뽑았으니 보상해 달라" 떼쓰는 악성 민원인 혼내주는 방법

2020. 05. 25 14:30 작성2020. 05. 25 14:37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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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주장에 '무대응'하자 업무상과실치상 형사고소⋯결국 '혐의없음' 나왔지만

이번엔 민사소송 제기⋯끈질기게 괴롭히는 악성 민원인,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허위 주장에 시달려온 은퇴한 치과의사 A씨. 형사고소에 이어 상대방의 민사소송까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그가 악성 민원인에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없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40년간 개인 치과를 운영하다 지난 2016년 병원을 정리한 A씨. 그런 그에게 요즘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생겼다.


진료한 기억조차 없는 B씨가 대뜸 찾아와 "당신 때문에 고생을 했다"며 합의를 요구한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건 지난 2015년 3월경 A씨가 자신의 '생니'를 뽑았다는 것.


A씨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문제가 없는 환자의 생니를 뽑은 일이 없다. 또한 B씨를 치료한 기억도 없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B씨가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형사 고소했다. 다행히 검찰에서는 '혐의없음'이 나왔고, 그렇게 끝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 A씨는 또 소장을 받았다. B씨가 이번엔 민사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진술서에는 A씨가 당시 자신의 생니를 뽑고는 "어이쿠, 생니를 뽑았네! 어쩌지?"라고 했다는 상황묘사가 돼 있다. 그리고 "보상을 받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이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억울하다. A씨는 B씨가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한 병원 그 자리에서 2016년 8월까지 병원을 운영했다. B씨가 주장하는 대로 자취를 감춘 일이 없다. 또한, B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왜 당시에 즉시 항의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는데, 대체 왜 3년도 더 지나서야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A씨는 "사기가 의심된다"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했다.


"나는 잘못 없다" 생각에 민사소송 무대응하면 안 되는 이유

변호사들은 우선 변호사를 선임해 상대방이 낸 민사소송에 잘 대응하라고 말한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김장천 변호사도 "우선, 민사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발생의 사실 여부 등에 대해 적절히 방어한다면 상대방의 소송 청구를 기각시킬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산성의 박현우 변호사는 "손해배상 발생이나 손해배상 범위는 원고가 입증하여야 한다"며 "이 사안의 경우 적절히 방어하면 청구기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법무법인 안심 권희영 변호사는 "상대방이 소송을 제기한 이상,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만약 상대방이 제기한 소송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승소 판결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혐의없음' 처분을 바탕으로 무고죄 고소

변호사들은 아울러 B씨를 무고죄로 형사고소할 것을 권유했다. B씨가 A씨를 형사고소했다가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이 이루어진 사실에 비춰 '무고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B씨가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고소한 데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보면, B씨는 허위 사실을 고소한 무고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JLK 법률사무소 김일권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또한 B씨가 이번에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은 '소송사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변호사들은 지적한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상대방이 허위 주장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면 소송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사기죄 고소에서도 과거 형사소송에서 나온 '혐의없음' 처분 등을 하나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송사기란 '민사소송에서 허위 사실을 주장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법원을 속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고, 이를 갖고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행위'이다.


B씨가 소송사기에 해당할 경우 사기가 완료됐는지, 그 전에 끝나 미수로 그쳤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사람을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사기죄는,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 '기수'(旣遂⋅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여 완성한 것)가 된다. 따라서 A씨의 고소 시점이 언제이냐에 따라 B씨의 처벌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소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사기죄'와 '사기 미수죄'

법무법인 주원의 이영철 변호사는 "A씨의 말을 들어보면 상대방의 손해배상청구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소송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제 막 민사소송이 시작된 단계여서 사기죄의 기수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형사 고소하면 처벌 수위는 낮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소송사기 성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는 "소송사기가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무상 소송사기가 성립되기는 쉽지 않다"며 "고의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을 교사하는 등의 명백한 증거가 있지 않으면 소송사기는 쉽사리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장천 변호사는 "B씨와 민사 소송 중 사기죄로 고소를 한다면 '소송사기 미수'에 해당할 여지가 많다"며

"추후 민사소송이 종결된 후 무고죄와 함께 고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B씨가 거짓 자료를 갖고 민사소송에 승소할 경우, 소송사기죄 '기수'가 돼 더 강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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