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원 빌려간 친구, 안 갚아서 고소했는데 또 고소할 수 있나요?
400만 원 빌려간 친구, 안 갚아서 고소했는데 또 고소할 수 있나요?
구약식 처분받은 채무자가 또다시 거짓말로 상환 미뤄
추가 형사고소 가능할까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A씨는 아는 동생이 400만 원을 빌려가고 갚지 않자 사기죄로 고소했다. 당시 동생은 신용회복 중이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못 갚는 걸 알면서 빌려갔다고 자백했다. 결국 동생은 구약식 처분(벌금형)을 받았다.
3년이 지나도록 동생은 신용회복 때문에 일해도 월 30만 원밖에 안 남는다며 상환을 미뤘다. 그러다 올해 3~4월 신용회복이 끝났다며 명함을 보여주었다. 일하고 있으니 곧 갚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동생은 또다시 A씨를 속였다. 월급이 안 들어왔다며 3주를 끌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엄마한테 용돈 줘야 한다", "사실 사채 빌린 게 있어 그것부터 갚아야 한다", "친구한테 몇백만 원 빌린 게 있다"며 온갖 핑계를 댔다. 그 이후로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추가로 형사고소를 진행하려 한다.
같은 사건으로 2번 처벌할 수 없어
변호사들은 동일한 채무에 대한 추가 형사고소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어렵다고 조언했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는 '한 번 재판받은 사건은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범죄로 2번 처벌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헌법적 권리로, 이중처벌금지 원칙이라고도 한다.
법무법인 창세 장혜원 변호사는 "이미 사기죄로 고소해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상, 같은 범죄에 대해 다시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형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2000년 2월 11일 판결에서, “이미 확정된 사기죄 판결에 해당하는 범죄사실과 그 이전에 저질러진 사기범죄가 모두 피고인의 사기 습벽에 따른 것이라면, 확정된 사기죄 범죄사실과 판결 이전 사기죄 공소사실은 실체법상 하나의 상습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가양 부석준 변호사도 "이미 400만 원을 빌렸을 당시, 사기죄로 판결을 받은 상태라면 이에 대한 피해금의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사실로는 형사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거짓말이 있다면 별개 사기죄 성립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신용회복 완료 후 새로운 기망행위가 있었다면 별개의 사기죄로 고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정찬 변호사는 "최근 거짓말과 기망이 반복되었고 상환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면 새로운 사기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이번에는 기존 처벌 이후에도 기망을 반복한 점에서 상습 사기나 신종 사기로 판단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유 박성현 변호사는 "신용회복 완료를 빌미로 신뢰를 유도한 후 다시 변제를 미루고 연락을 끊은 점은 반복된 사기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며 "사기죄 성립요건인 '기망행위', '처분행위', '재산상 이득'에 해당하는 구체적 정황과 증거를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사소송이 더 확실한 방법
전문가들은 추가 형사고소보다는 민사소송을 통한 강제집행이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예서 법률사무소 배재용 변호사는 "민사소송(대여금 청구)을 통해 확정판결을 받고, 급여나 재산에 강제집행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도 "대여금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판결을 확정 받아야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며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를 병행해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 숨기면 강제집행면탈죄 적용
동생이 재산을 숨기거나 처분하는 경우에는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사기죄와 별개의 범죄이므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구애받지 않는다.
강제집행 절차는 다음과 같다
- 채무자의 급여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
- 채무자 명의의 예금계좌에 대한 압류
-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나 동산에 대한 강제경매
정리하자면, A씨는 새로운 자료가 있으면 다시 고소할 수 있지만, 새로운 자료 없이 전에 고소했던 자료를 가지고 다시 고소하면 새롭게 처벌하기 어렵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사기로 고소하더라도 경찰이 민사문제로 파악해 불입건, 불송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