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1년간 과다 처방해 10대 소년 두 눈 멀게 한 의사…재판부 "11억원 배상"
스테로이드 1년간 과다 처방해 10대 소년 두 눈 멀게 한 의사…재판부 "11억원 배상"
먹는 약부터 주사까지, 스테로이드 성분 36차례 처방
재판부 "기계적인 처방 행위 반복하다 의료 사고 일으킨 것" 지적
평생 못 벌게 된 일실수입, 장래 치료비, 위자료까지 모두 인정돼

아토피결막염을 치료하려 안과를 찾았던 10대 소년이 도리어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이에 재판부는 "의사 A씨에게 과실이 있다"며 "피해자에게 11억 3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토피결막염을 치료하려 안과를 찾았던 10대 소년이 도리어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의사가 정밀한 진단 없이 스테로이드(steroid) 성분 약품을 과다 처방한 게 문제였다.
안과 의사 A씨는 피해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약물을 1년간 36차례에 걸쳐 처방했다. 먹는 약부터 눈에 넣는 점안액, 주사까지 한 번에 4종류의 스테로이드 약물을 처방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 치료를 거듭할수록 시력이 나빠지자, 뒤늦게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 그러나 이미 피해자의 두 눈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인해 시력을 잃어가던 상태였다.
결국 재판부는 "의사 A씨에게 과실이 있다"며 "피해자에게 11억 3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제1민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피해자 측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A씨가 환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에 걸쳐 다량 처방했다"면서 "그런데도 기계적인 처방 행위만을 반복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스테로이드는 염증 치료에 흔히 쓰이는 성분이지만, 부작용도 있는 만큼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 약물 중 하나다. 이에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꼭 필요한 만큼만 처방을 해야 했지만, 이러한 과정이 생략됐다. 특히 피해자가 심한 시력 저하를 호소했는데, 별도의 안압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았던 점을 문제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 A씨가 안압검사만 정기적으로 실시했어도, 조기에 녹내장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열린 항소심(2심)에선 앞선 1심에서보다 손해배상액이 4000만원 가량 더 인정됐다. 재판부가 인정한 1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액에는 다음 4가지가 모두 포함됐다.
① 피해자가 만 19세 이후 군 복무를 마친 뒤 65세까지 일했을 때 벌 수 있었던 수입(일실수입)
② 이미 지출한 치료비
③ 장래에 발생할 치료비와 간병비
④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사실상 민사 소송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모든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셈이다. 피해자 측을 대리했던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3일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통상 의료 분쟁에서는 환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더라도, 의료진 책임이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면서 "이는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려다가 부득이 하게 낸 사고로 보고, 그 책임을 경감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됐다는 것은 재판부조차 이번 사건이 의료진의 중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신 변호사는 지적했다.
앞서 의사 A씨는 "자신의 처방만으로 생긴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항변하거나, 피해자가 하교하는 모습 등을 동영상으로 찍어 재판부에 제출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라며 책임을 줄이려고 했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진 못 했다.
현재 피해자 측은 A씨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소한 상태다. 다만, A씨가 형사 처벌을 받더라도 의사 면허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제8조)은 마약 중독이나 허위진단서 작성, 진료비 거짓 청구 등 특정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았을 때만 의사 면허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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