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쓰고 첫 출근날 “못 가겠다” 통보한 강사…학원에 돈 물어줘야 할까요?
계약서 쓰고 첫 출근날 “못 가겠다” 통보한 강사…학원에 돈 물어줘야 할까요?
근무 시작 당일 저녁 입사 포기한 강사
원장 “기존 강사 내보냈으니 책임져라” 압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학원 강사 A씨는 근로계약서에 서명까지 마쳤지만, 근무 시작일 당일 저녁 입사를 포기했다.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학원 원장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A씨를 압박하고 있다.
A씨는 실제 근무를 한 적도, 급여를 받은 적도 없는 상황. 이런 경우에도 학원 측 주장대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근무 시작 당일 저녁 '입사 포기' 통보…돌아온 건 손해배상 압박
강사 A씨는 한 학원의 면접을 보고 다음 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출근 예정일, A씨는 거리 문제 등으로 장기 근무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당일엔 아프다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은 뒤, 그날 밤 원장에게 문자로 입사 포기 의사를 밝혔다.
A씨는 당일 통보에 대해 사과하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원장은 전화를 걸고 음성 메시지까지 남기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했다.
원장은 “A씨 때문에 기존 강사에게 (근무예정일까지만) 근무하라고 통보했다”며 “당장 수업할 사람이 없으니 A씨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런 사정을 전혀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변호사들 “실제 근무 없었다면…배상 책임 인정 어려워”
변호사들은 A씨가 실제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학원 측이 A씨의 입사 포기로 인해 발생한 ‘구체적인 손해’와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더라도 실제 근무를 시작하기 전 단계라면 근로관계가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강의를 맡기로 했다가 취소했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 역시 “실질적 근무나 학생 수업을 진행한 바 없는 상황에서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증명하기 힘들다”며 학원 측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A씨가 입사를 포기할 당시에도 학원의 채용 공고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는 점도 A씨에게 유리한 사정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학원에서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다는 점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채비 손웅 변호사는 “당일 통보가 도의적으로 아쉬운 점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배상 책임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위약금 예정’은 불법, ‘실제 손해’ 입증은 학원 몫”
법적으로도 학원의 주장은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퇴직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다. 만약 근로계약서에 ‘중도 퇴사 시 손해배상을 한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무효다.
물론 학원 측이 A씨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실제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민사상 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그 손해가 A씨의 행동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학원 측이 모두 입증해야만 한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는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의 구체적인 항목과 금액 및 산정근거를 서면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막연한 채용 공백 등을 그대로 배상해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