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2)] 부모와 자녀의 법률관계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2)] 부모와 자녀의 법률관계
친생자, 친권, 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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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으로 가정을 이룬 부부 중 대부분은 자녀를 낳아서 기르게 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무슨 법적 규율이 필요한가 싶지만,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 해당 이미지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혼인으로 가정을 이룬 부부 중 대부분은 자녀를 낳아서 기르게 된다. 갓난아기는 온갖 욕심과 감정, 어리석음에 물들지 않아서 그런가, 문자 그대로 천사가 따로 없다. 아기의 부모는 아기에게 건강과 장수, 부귀영화 등 온갖 소망을 걸어본다. 그 순간에는 부모와 아기 사이에 무슨 법적 규율이 필요하랴 싶기도 하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렇게 만만한가?
부부가 혼인 중에 자녀를 낳으면 친생자 관계, 즉 그 자녀가 부와 모가 낳은 자녀라는 관계가 성립한다. 혼인 중인 아내가 자녀를 낳으면 자녀와 아내 사이에는 법적으로도 당연히 친생자 관계가 성립하는데, 그 남편과 자녀의 관계는 좀 다르다. 낳은 자녀가 남편의 자녀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인정해서 친생자 관계가 법률상 추정(推定)될 뿐이다. 실제로 '다른 일'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수긍이 가는 규율이다. 현실에서 그 '다른 일'이 가끔 생기다 보니 나중에 친생자 관계가 있느니 없느니 말썽이 생기기도 한다. 민법은 이런 다툼을 부부의 일방이 그 자녀가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해결하도록 한다.
사실혼 관계나 기타 혼인 외의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혼인외의 출생자)의 친생자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생부가 자녀를 친생자라고 인정하는 인지(認知)를 하여야 생부의 친생자로 인정된다. 생모와 자녀는 출생으로 바로 친생자 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인지를 할 필요가 없지만, 버려진 자녀와 같이 생모도 인지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인지 받기를 원하는데 생부나 생모가 인지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녀가 인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하여 친생자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부모는 미성년인 자녀에 대하여 친권(親權)을 가진다. 자녀가 19세로 성년이 되면 친권은 당연히 소멸한다. 너무 이른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은 기우(杞憂)다. 과거에 관공서나 회사에 제출하는 서류에 친권자를 기재하는 난이 있었는데, 법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친권은 부와 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와 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키우고 가르칠 권리와 의무가 있고, 자녀는 원칙적으로 친권자가 정한 장소에 거주하여야 한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는 등의 대리권도 가진다. 근래에는 친권자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성폭행을 하는 등, 친권을 남용하는 일이 자주 생기는데, 이처럼 자녀의 복리를 심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으면 가정법원에 친권의 상실이나 일시 정지를 청구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친권자가 자녀를 철저히 지배, 통제하여 정신적 성장을 방해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거나 친권자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성년자를 위한 후견인(미성년후견인)을 한 명 두어야 한다. 친권자는 유언으로 미성년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는데, 만일 지정된 후견인이 없으면 가정법원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한다.
부모와 자녀 및 그 배우자 사이에는 스스로의 힘이나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부양할 의무가 주어진다. 대개는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부양의무를 부담하고 부모가 나이 들면 자녀가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 밖에도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사이에 마찬가지로 부양의무가 인정된다.
요새는 부모가 심지어는 성년자인 대학생 자녀의 수강신청 과목을 정해주기도 하고, 교수에게 성적 항의도 대신하여, 심신이 멀쩡한 자기 자녀의 성년후견인 노릇을 자처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녀들이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면서 그것이 다 자녀 잘 되라고, 온갖 정성을 다해서 키우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렇게 큰 자녀들은 수업 시간에 교수의 강의를 받아써서 외우기만 하고, 교수에게 질문은커녕 교수의 질문에 '그냥 정답을 가르쳐줄 것이지 웬 질문이야!' 하는 눈빛으로 쳐다만 보는 박제된 모범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