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에 날아간 400억 비트코인...'피싱당한 검찰' 강제수사 착수, 환수 가능할까
클릭 한 번에 날아간 400억 비트코인...'피싱당한 검찰' 강제수사 착수, 환수 가능할까
보안망 피하려다 덫에 걸린 수사관들
텅 빈 전자지갑 든 채 '허위 점검' 의혹까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압수물로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320개, 현재 시세로 약 4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 수사기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증발했다. 범죄 수익을 환수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피싱 사이트에 속아 압수물을 통째로 털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담당 수사관들의 형사 처벌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철통 보안의 역설... 일반 인터넷 접속했다 '피싱' 덫에 걸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광주지검 압수물 관리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담당 수사관들은 압수물인 비트코인의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 전자지갑에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검찰청 내부 인터넷망은 강력한 사이버 방화벽 탓에 공식 가상화폐 사이트 접속조차 차단된 상태였다.
수사관들은 업무 편의를 위해 방화벽이 없는 일반 인터넷망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공식 사이트와 외관이 흡사하게 제작된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고, 전자지갑 정보를 입력하는 순간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320개가 전량 탈취됐다. 보안을 위해 설치된 방화벽을 우회하려다 오히려 보안 사고의 핵심인 피싱의 표적이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후의 대응이었다. 검찰은 매달 정기적으로 압수물 점검을 시행해 왔으나, 담당자들은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이동식저장장치(USB) 형태의 전자지갑 실물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점검을 마쳤다. 실제 지갑 내부의 잔고 확인은 생략된 채 '껍데기'만 확인하는 절차가 반복되면서, 400억 원의 증발 사실은 최근 국고 환수 절차를 밟기 전까지 수개월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단순 실수인가, 의식적 방임인가" 법적 책임의 갈림길
광주지검은 지난 30일, 해당 수사관 5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기존 감찰 조사를 공식 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은 이들에게 '직무유기죄' 또는 '업무상 과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했을 때 성립한다. 판례는 이를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 국가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한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7년 4월 30일 선고 2007고합6 판결).
수사관 측은 직무 수행의 의사를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던 중 발생한 '착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태만이나 착각으로 인해 직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1982년 3월 23일 선고 81도861 판결). 그러나 400억 원이라는 고액의 압수물을 다루면서 일반 인터넷망을 사용하고, 수개월간 잔고 확인을 소홀히 한 점이 '의식적 방임'으로 해석될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 인정... 업무상 과실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
법조계에서는 직무유기죄 성립이 어렵더라도 민형사상 과실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대법원 2018년 5월 30일 선고 2018도3619 판결)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재산'으로 보아 몰수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수원지방법원 2018년 1월 30일 선고 2017노7120 판결).
따라서 국가 재산을 관리하는 수사관들에게는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고도의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에 대해 "업무와 관련하여 다해야 할 구체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년 11월 11일 선고 2010도2887 판결).
현재 검찰은 분실된 비트코인이 아직 현금으로 환전되지 않고 특정 지갑에 보관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거래 내역 추적이 가능하므로 피싱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한다면 환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인의 범죄 혐의점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직무상 과실 유무를 철저히 가려내고 압수물 환수를 위한 수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