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기획사 임원의 만행…만취 여성 추행하고 길에 방치해 뇌출혈·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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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기획사 임원의 만행…만취 여성 추행하고 길에 방치해 뇌출혈·실명

2025. 11. 20 10:4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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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준강간치상' 대신 '준강제추행'과 '과실치상' 적용

성범죄와 상해 간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중상해 결과로 실형 가능성 높아

만취 여성을 차에 태워 성추행하고 길에 버린 연예기획사 임원이 준강제추행과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셔터스톡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차에 태워 성추행하고, 그 상태로 길바닥에 내버려 두고 떠났다. 피해자는 1시간 30분이나 지난 뒤에야 행인에게 발견됐지만, 대가는 참혹했다.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 그리고 왼쪽 눈의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었다.


가해자는 50대 유명 연예기획사 임원 A씨. 시민들의 공분을 산 사건이지만,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기며 '준강제추행'과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장애를 입었는데, 왜 수사기관은 성범죄로 인한 상해가 아닌, 과실로 인한 상해라고 판단했을까.


혐의가 분리된 이유

성범죄를 저지르다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준강간치상'이나 '준강제추행치상'이 적용되는 게 타당할 수 있지만, 논리는 그렇지 않다.


우선, '준강간'이 아닌 '준강제추행'이 적용된 이유는 행위의 차이 때문이다. 법적으로 준강간은 심신상실 상태인 사람을 '간음(성기 결합)'했을 때 성립하지만, 준강제추행은 '추행(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접촉)'을 했을 때 성립한다. 수사기관은 A씨의 행위가 간음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건 '치상(상해)' 혐의의 분리다. 준강제추행치상죄가 성립하려면 성추행 행위 그 자체로 인해, 혹은 그 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의 비극인 뇌출혈과 실명은 차 안에서의 추행 과정에서 생긴 게 아니다. A씨가 피해자를 길거리에 버리고 떠난 뒤에 발생했다. 법적으로는 성추행과 상해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간격이 생기면서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검찰은 입증이 까다로운 '치상죄' 대신, 성추행(준강제추행)과 방치로 인한 상해(과실치상)를 별개 범죄로 쪼개어 기소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길에 버리고 갔는데 고의가 아니라 과실?

만취한 사람을 도로변에 버리고 가면 다칠 것을 뻔히 알았을 텐데, 왜 고의범인 '상해'가 아니라 실수인 '과실치상'일까.


법적으로 과실은 주의의무 위반을 뜻한다. A씨는 만취한 피해자를 안전하게 귀가시키거나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길거리에 방치했다.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으니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물론 "다쳐도 상관없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A씨가 피해자의 구체적인 상해(뇌출혈 등)를 예견하고 이를 용인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보다는,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인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더 확실한 처벌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왼쪽 눈 시력 상실… 죗값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혐의 이름에 '과실'이 들어갔다고 해서 처벌이 가벼울 것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양형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범행 결과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이라는 중상해를 입었고, 무엇보다 회복 불가능한 시력 상실이라는 영구적 장애를 얻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이는 형량을 무겁게 정하는 결정적인 가중 요소다. 게다가 피해자가 범행에 취약한 만취 상태였다는 점, 범행 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도 A씨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현재까지 피해자와의 합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과실치상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 합의가 없다면 실형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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