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초등학생 유인 신고, '호의'와 '범죄'의 경계를 묻다
울산 초등학생 유인 신고, '호의'와 '범죄'의 경계를 묻다
'호의'에 숨은 '범죄의도', 법적 판단의 갈림길에 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전국적으로 아동을 상대로 한 유인 시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인 신고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는 말로 접근한 60대 여성에 대해 경찰은 '범죄 혐의점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단순한 호의였을까, 아니면 위험한 접근이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미성년자유인죄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 요건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아이스크림 사줄게" 법적 쟁점은 ‘실행의 착수’
지난 12일 오후 3시,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 3명에게 60대 여성 A씨가 다가왔다. A씨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즉시 A씨의 제안을 거절하고 학교로 돌아가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교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CCTV를 분석해 A씨를 찾아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말을 건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죄 전력이 없었으며, 아이들이 거절하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경찰은 A씨에게 범죄 의도가 없었고, 아이들이 거절 의사를 밝힌 후 A씨가 추가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미수범 성립의 핵심 요건인 '실행의 착수'에 있다.
미성년자유인죄는 기망(속임)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미성년자를 꾀어 그를 기존의 생활관계나 보호 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신의 지배 아래 두려는 행위를 말한다(형법 제287조).
단순히 말을 걸거나 호의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이 범죄의 '실행의 착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아이들의 ‘거절’이 범죄를 멈췄다
이 사건은 아이들의 명확한 ‘거절 의사’가 범죄 성립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만약 A씨가 아이들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가거나, 억지로 손을 잡으려 하는 등 강제적인 행동을 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는 미성년자를 자신의 물리적·실력적 지배 아래 두려는 '지배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A씨의 제안을 거절하고 즉시 자리를 피한 행위는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평가한다. A씨가 거절 의사를 존중하고 추가 행동을 하지 않은 점 또한 유인미수가 성립되지 않은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번 사건은 겉보기에는 아동 유인 시도로 보이지만, 법리적으로는 범죄 성립 요건인 '실행의 착수'와 '지배의도'가 부재했다는 점에서 범죄가 아닌 단순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유사 상황 발생 시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와 객관적 행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