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았던 형사 고발, 원하지 않아도 피해자 진술해야 할까
원하지 않았던 형사 고발, 원하지 않아도 피해자 진술해야 할까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폭로했던 피해자 장혜영 의원
형사 고소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제3자인 시민단체가 김 전 대표 고발
자신이 고소하지 않았어도 피해자 진술 해야 할까⋯변호사들과 검토해 봤다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25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김종철 전 대표를 한 시민단체가 고발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당 대표단회의에 참석한 김종철 전 대표와 장혜영 의원. /연합뉴스
"형사 고발을 원치 않으며 정당 내의 공동체적 해결 방식을 취하겠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장혜영 의원은 "추가적인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고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입장은 불과 24시 간만에 수포가 되었다.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는 한 시민단체가 장 의원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김 전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결국 절차에 따라 서울경찰청이 수사를 개시했고, 장 의원이 원치 않았던 형사사법 절차를 따르게 됐다.
이 상황에서 장 의원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뭐가 있을지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먼저 장 의원 입장에서 가장 바랄 수 있는 건 수사 자체를 중지시키는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원래 뜻대로 사건을 사법 처리 하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피해 사실을 진술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피해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장 의원이 수사 자체를 중지시킬 권리는 없다"고 했다.
피해자가 수사를 중지시킬 수 있는 건 특정 범죄(친고죄⋅반의사불벌죄)인 경우뿐이다. 해당 범죄는 처벌 등에 있어서 피해자의 의사 표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2013년에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전면 폐지됐다.
그렇다면, 장 의원은 우려했던 대로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의무가 있는 걸까. 그건 아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장 의원은 피해자이자 참고인에 해당한다"며 "현행법상 참고인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강제로 구인해 조사할 수 없다"고 했다. 피의자와 달리 피해자인 장 의원은 수사기관의 출석을 거절하더라도 강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설사 출석하더라도 진술 거부권이 인정된다"고 임 변호사는 밝혔다.
이미 고발장이 접수된 현 단계에서 장 의원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불기소 처분이다. 기소가 이뤄지면 재판이 열리기 때문에, 법정에서라도 진술할 일 자체를 봉쇄하기 위해선 아예 재판이 열리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 나와야 한다.
법률 자문

불기소 처분은 ❶범죄 증거가 부족하거나 ❷해당 행위가 형사적으로 죄가 안 될 때 나온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인정한 강제추행은 형법상 명백한 범죄다. 형사적으로 죄가 안 돼(❷) 불기소 처분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얼핏 보기엔 범죄 증거도 확실해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이미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장 의원이 원하는 불기소 처분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걸까? 변호사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임원택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 장 의원이 진술을 거부하면 불기소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김 전 대표의 입장문이 있음에도 그렇다고 했다. 대국민 입장문으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과 형사사법절차상 '자백'은 다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도 "자백은 수사기관에 대해 혐의를 인정한다고 진술하는 것"이라며 "(김 전 대표의) 입장문을 자백 증거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즉,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더라도 자백은 아니기에 피해자인 장 의원의 진술이 없다면 기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