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병수발 땐 남남처럼 굴더니" 고모 사망하자 나타난 친척들, 유산 소송 걸었다
"15년 병수발 땐 남남처럼 굴더니" 고모 사망하자 나타난 친척들, 유산 소송 걸었다
암 투병 고모, 사망 직전 조카 입양하고 재산 증여
장례 치르자 연락 끊겼던 친척들 "입양 무효" 소송 제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5년간 암 투병 중인 고모를 친어머니처럼 모신 조카가 있다. 평생 독신으로 산 고모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를 양자로 입양하고 전 재산을 물려줬다. 그런데 장례가 끝나자마자 평소 왕래도 없던 친척들이 나타나 "입양은 무효이니 유산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어왔다. 뒤늦게 나타난 친척들의 주장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질까.
1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자신을 키워준 고모를 끝까지 모셨다가 친척들과 법적 분쟁에 휘말린 50대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장례 치르자마자 소송장 날아왔다"… 15년 병수발 조카의 눈물
사연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재혼한 어머니와 떨어져 고모의 손에 자랐다. 고모가 위암으로 15년간 투병할 때도 A씨 부부는 지근거리에서 병수발을 들었고, A씨의 딸들 역시 고모할머니를 살뜰히 챙겼다.
병세가 악화된 어느 날, 고모는 A씨의 손을 잡고 "아들 같은 너를 정식으로 입양해 내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A씨의 두 딸에게는 오피스텔 한 채를 증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당시 고모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입양 신고와 서류 처리는 A씨가 도맡아 처리했다. 서류에는 고모의 자필 서명이 명확히 들어갔다.
문제는 고모가 세상을 떠난 직후 발생했다.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등 연락이 끊겼던 친척들이 찾아와 "사망 직전 이뤄진 입양과 증여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들은 말기 암 환자였던 고모가 의사 무능력 상태였으며, 입양 신고를 A씨가 혼자 처리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을 분석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박선아 변호사는 "고모의 입양과 증여 의사가 명확했다면 친척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고 일축했다.
임종 직전 입양이라 무효?… 변호사가 말하는 결정적 기준
박 변호사는 먼저 사망 직전 입양의 효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성년자 입양은 당사자 간 합의와 적법한 신고가 있으면 유효하다"며 "고모가 직접 입양 의사를 밝혔고 자필 서명까지 했다면, 단순히 사망 직전에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무효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친척들이 주장하는 의사 무능력 상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단순히 말기 암 환자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의사 무능력을 입증하기 부족하다"면서 "치매나 의식 혼미 등 법률 행위를 할 수 없었다는 구체적인 의학적 자료가 필요한데, 평소 왕래가 없던 친척들이 이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A씨가 혼자 입양 신고를 처리한 절차상 문제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입양하려는 사람의 의사가 확실하다면 신고 절차를 양자가 될 사람이 대신했더라도 그 효력은 인정된다.
결국 입양이 유효하다면 A씨는 고모의 1순위 단독 상속인이 된다. 형제자매인 다른 친척들은 상속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입양 무효돼도 대습상속… "돈 냄새 맡은 친척들, 챙길 몫 없다"
설령 법정 다툼 끝에 입양이 무효가 된다고 가정해도 A씨는 여전히 유리하다. 박 변호사는 "입양이 무효가 되더라도 A씨는 고모의 형제였던 아버지를 대신해 상속받는 '대습상속자'의 지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1001조에 따라 아버지가 받아야 했을 상속분을 A씨가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형제자매에게도 최소한의 유산을 보장해주는 유류분 제도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박 변호사는 "고모가 생전에 A씨의 딸들에게 증여한 오피스텔 역시 적법하게 등기까지 마쳤다면 유효하다"며 "유류분 권리자는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직계존속(부모)뿐이므로 형제자매인 친척들은 오피스텔 반환 청구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