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한 땅 한복판에서 뒤늦게 발견한 '정체불명' 콘크리트 수로⋯단계별 대응법
계약한 땅 한복판에서 뒤늦게 발견한 '정체불명' 콘크리트 수로⋯단계별 대응법
계약취소 및 계약금반환청구 소송→ 사기죄로 형사고소 → 중개사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땅 계약 며칠 후 사달이 생겼다. 뿌듯한 마음으로 땅을 둘러보던 A씨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셔터스톡
A씨는 자신의 오랜 꿈이 있다. '나만의 집'을 짓겠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랫동안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얼마 전, "여기다" 싶은 땅을 찾았다. 이에 170평 규모의 이 땅을 매입하기로 하고 계약서까지 썼다.
너무 들뜬 마음이었을까. 계약 며칠 후 사달이 생겼다. 뿌듯한 마음으로 땅을 둘러보던 A씨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수로가 A씨가 계약한 땅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지적도에도 매매서류에도 나와 있지 않은 콘크리트 수로였다. 매도인(땅 주인)도 구청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철거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추후 민원 발생 소지도 있어 결국 매도인에게 계약취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땅 주인은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사람 책임"이라며 계약취소를 거부했다. 계약 전에 A씨와 공인중개사가 현장을 답사했지만 길게 자란 풀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었다.
A씨는 계약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해지할 방법이 없는지, 또 공인중개사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우선 A씨가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매매계약 취소와 반환금 청구라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매도인이 해당 수로의 존재를 알면서도 철거 비용 등을 고려해 이를 감춘 채 매매계약을 진행했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류홍섭법률사무소의 류홍섭 변호사도 "이 사안은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으므로, 하자담보책임에 따라 매수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콘크리트 수로로 토지의 이용에 상당한 제약이 예상되므로 이는 매도인(땅 주인)이 매수인(A씨)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正의 정지웅 변호사는 "매도인에게 계약취소 및 반환금 청구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되, 상대방의 이의제기가 예상된다"며 "이후 민사소송을 위해 관련 증거를 모아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들은 매도인(땅 주인)에게 사기죄를 물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류홍섭 변호사는 "매도인이 매물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매매대금을 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윤현석 변호사도 "매도인이 자신이 판 땅에 수로가 있음을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형사 고소도 가능하다"고 했다.
더불어 공인중개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만약 A씨가 매도인(땅 주인)으로부터 배상받지 못한다면, 부동산 중개인과 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정지웅 변호사는 "중개사의 고지 및 설명 의무 위반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라"고 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와 계약 관계가 있어, 중개사 책임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연대책임을 진다"며 "따라서 중개사, 공인중개사협회를 공동피고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김일권 변호사는 "중개인이 부동산 현황을 설명하면서 수로에 관해 얘기하지 않은 잘못이 있기에, A씨는 중개인을 상대로 중개비 반환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홍섭 변호사는 "중개인은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대상물을 확인하고 설명해줄 의무가 있고, 중개행위 때 고의나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칠 때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따라서 A씨는 ①일단 매도인을 상대로 계약취소 및 계약금반환을 요구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②매도인을 사기죄로 형사고소하라고 했다. 그래도 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하면 ③중개사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순차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