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였던 아버지가 남겼다는 '수상한' 유언장
혼수상태였던 아버지가 남겼다는 '수상한' 유언장
혼수상태인 사람의 유언장⋯변호사가 공증 절차 진행했다면 유효한 유언일까?
유언장 작성 당시에 유언자의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 입증하는 게 관건

지나치게 삼촌에게만 유리했던 유언장. 변호사를 동반해 공증까지 받았다는데, 유언장 작성 시점에 아버지는 혼수상태였다. 이 '수상한' 유언장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버지의 장례식 직후였다. 삼촌이 A씨에게 의문의 유언장을 하나 내밀었다. 이제까지 가족 중 누구도 본 적이 없었던 유언장이었다. 삼촌이 내민 그 유언장은 겉으로 보기엔 '아버지가 쓴 유언장' 같았다. 아버지의 지문이 찍혀있었고, 변호사를 동반해 공증까지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어딘가 수상했다. 유언장의 내용은 지나치게 삼촌에게만 유리했다. 생전에 아버지와 이렇다 할 왕래가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상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유언장의 작성 시점은 더욱 의심스러웠다. 유언장을 남겼다는 그 시점에, 아버지는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있었다. 직접 유언을 남길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던 것.
A씨는 어딘가 수상쩍은 이 유언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공증까지 받은 유언장을 덮어놓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A씨가 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법원은 혼수상태 등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사람이 남긴 유언이라면, 무효라고 본다. 이는 공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유언이 효력이 있으려면 본인의 의사에 따른 자유로운 의사표시여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선린의 주명호 변호사는 "아버지가 혼수상태에서 남긴 유언장이라면 해당 유언장은 무효"라고 밝혔고, 법무법인 산하의 곽노규 변호사도 "아버지가 혼수상태였을 때 단순히 지문을 찍게 했다면, 유언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아버지가 반 혼수상태 등 약간의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무효로 볼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반 혼수상태에서 공증인이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정도, ▲질문에 "응", "어"라고 말한 정도 역시 "유언 능력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의 유언"이라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관건은 입증이다. 이러한 사정을 입증할 책임은, 유언의 무효를 주장하는 A씨 본인에게 있다. A씨가 직접 서류, 기록 등을 통해 당시 아버지가 정상적인 의사표시가 불가능했다고 법원을 설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주명호 변호사는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의 아버지 병원 진료 기록이나 간호사의 진술 등을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해당 유언장 사본 등을 가지고 법률전문가와 상담해보라"고 당부했다.
만일 '유언 무효확인 소송'에서 A씨의 승소가 확정된다면, 해당 유언장은 법적인 효력을 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