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드라마 욕 좀 했다고 고소당했습니다"…처벌받고, 전 재산 잃게 될까요?
"역사드라마 욕 좀 했다고 고소당했습니다"…처벌받고, 전 재산 잃게 될까요?
김춘추·김유신 '역적' 비난 글에 종친회가 고소…'사자명예훼손죄' 성립 여부는?

김춘추, 김유신을 '역적'이라 비판한 누리꾼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1년 전 한 방송사의 역사드라마 게시판에 남긴 글로 경찰서에 가게 됐다. 신라 김춘추와 김유신을 두고 “당나라 외세를 빌려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역적”이라며 “부관참시해서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격한 비판 글이었다.
이 글을 본 종친회가 A씨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A씨는 경찰 조사 요구에 “천년 이상 넘은 역사인물을 비판해서 고소당하다니 당황스럽다”며 “형사 처벌은 물론 민사 책임으로 전 재산을 털리게 될까 심장이 떨린다”고 호소했다.
드라마를 보고 남긴 감상평 때문에 정말 형사 처벌을 받고 거액의 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을까?
"김춘추·김유신은 역적, 부관참시해야"…1년 전 드라마 감상평이 불러온 경찰 조사
사건의 발단은 1년 전 A씨가 KBS 역사드라마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다. A씨는 글에서 “당나라 외세를 빌려 고구려와 백제 멸망시킨 신라의 역적 김춘추와 김유신”이라며 “고구려와 백제 원혼들을 위로하여 부관참시해서 가루로 만들어 북쪽에 휘날리고, 후손도 신에게 저주받고 멸족시켜버려라”라고 썼다.
최근 이 글을 발견한 한 종친회에서 A씨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A씨는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다른 온라인 역사 카페에 고려시대 인물 이인임에 대해 비판 글을 올렸던 B씨 역시 종친회로부터 고발당했다.
변호사들 "처벌 가능성 낮다"…'사자명예훼손'의 까다로운 조건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형사 처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이다.
형법 제308조는 사자명예훼손죄를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핵심은 ‘허위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는 행위(적시)다.
법률사무소 정중동 김상윤 변호사는 “문제 되는 죄명은 사자명예훼손죄인데, 이 범죄는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며 “핵심 요건은 ①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일 것, ② 그 사실이 허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비난, 평가, 감정적 표현, 역사관에 따른 의견 표명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법원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평가는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위해 필요하며, 진실한 사실에 기반한 비판이라면 더욱 보호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역적'은 역사적 평가, '부관참시'는 감정적 표현…'허위 사실' 아니다
변호사들은 A씨의 글이 ‘허위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나 ‘가치 판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외세를 빌려 멸망시켰다', '역적이다'라는 표현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과 정치·도덕적 평가의 영역에 속한다”며 “이는 학설이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평가적 언사”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관참시', '저주', '멸족' 등의 표현은 현실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과장된 상징적 언어에 가깝다”며 “이러한 표현만으로 사자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자 명예훼손에는 일반 명예훼손과 달리 모욕죄 규정이 없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질문 내용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극단적 비난과 저주 표현으로 보이며, 구체적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기보다 가치판단·의견 표명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즉, 아무리 심한 욕설이나 비난이라도 그것이 ‘허위 사실’이 아니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재산 털릴까" 민사소송 공포…현실적으로는?
A씨를 가장 두렵게 한 민사 책임 문제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변호사 전병욱 법률사무소의 전병욱 변호사는 “전 재산을 잃으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고, 형사처벌 가능성도 낮다”고 단언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도 “형사상 천 년도 더 지난 역사 인물에 대한 비판이 현존하는 종친회의 명예를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민사상 손해배상 역시 고소인이 구체적 손해와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경찰 조사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역사 드라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의견을 표현한 것일 뿐, 허위 사실을 유포할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는 표현이 과도했다는 점은 인정하되 현대 유족을 특정하여 비방할 의도는 없었고 역사적 평가 및 감정적 의견 표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