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있어도 월급은 꼬박꼬박"... 인천시의회, '무죄추정' 뒤에 숨은 혈세 낭비
"감옥 있어도 월급은 꼬박꼬박"... 인천시의회, '무죄추정' 뒤에 숨은 혈세 낭비
구속돼도 '월정수당' 360만 원 지급
전국서 인천만 유일하게 조례 개정 '보류'
"판결 전이라 지급" vs "일 안 했는데 웬 돈? 직무 대가성 위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일반 직장인이 구속되어 출근하지 못하면 급여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중단되거나 해고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인천시의회에서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구속 수감되어 의정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의원들에게 매달 수백만 원의 시민 혈세가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회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구속 의원에 대한 월정수당 지급 제한을 또다시 미루면서 비판의 중심에 섰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방패막이 삼아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구치소에서도 '띵동' 입금... 비리 혐의로 갇혀도 월 360만 원 챙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일,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일어났다. 구속된 의원에게 월정수당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의정활동비 등 지급 조례' 개정안 처리가 보류된 것이다.
이 조례는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권고한 사항이다. 이미 전국의 다른 광역의회들은 관련 규정을 손질해 구속 시 돈줄을 잠갔지만, 인천시의회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현재 인천시의원은 구속되더라도 자료 수집 비용 명목인 '의정활동비(월 200만 원)'만 끊길 뿐, 직무 활동의 대가인 '월정수당(월 367만 9천 원)'은 고스란히 챙겨간다.
실제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던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20억 원대 전자칠판 납품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구속됐던 조현영, 신충식 의원은 구치소에 수감된 기간에도 월정수당을 지급받았다. 업체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의회는 이들에게 매달 360만 원이 넘는 돈을 꼬박꼬박 입금해 준 셈이다.
"판결 안 났으니 돈 줘라"?... '무죄추정 원칙'의 황당한 오용
인천시의회가 조례 개정을 미루는 핵심 논리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아직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는데, 구속만으로 급여를 끊는 것은 법치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억울하게 구속된 경우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인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의회의 이러한 주장은 형사법상의 대원칙을 행정적 보수 체계에 억지로 끼워 맞춘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범죄의 유무'가 아니라 '직무 수행의 가능 여부'에 있다.
대법원 판례(2007두13487)에 따르면,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월정수당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직무 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성격을 가진다. 즉, 일을 해야 주는 돈이라는 뜻이다.
구속은 법원의 영장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로, 의원은 물리적으로 의정활동을 전혀 수행할 수 없다. 출석도, 심의도, 주민 소통도 불가능한 '무노동' 상태에서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다.
"일 안 하면 돈 없다"는 상식, 왜 의원에게만 적용 안 되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훼손이라고 지적한다. 공무원 연금법 등 유사 사례를 살펴보면 그 근거는 더욱 명확해진다. 퇴직연금을 받던 사람이 지방의원이 되면 연금 지급이 정지되는데, 이는 의원으로서 받는 월정수당을 '소득 활동의 대가'로 보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구속으로 인해 소득 활동(의정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인 월정수당 역시 지급을 멈추는 것이 마땅하다. 인천시의회의 주장대로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출근조차 못 하는 직원에게 회사가 월급을 계속 줘야 한다는 억지 논리가 성립된다.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천만 구속 의원에게 돈을 퍼주고 있다"며 "자정 능력을 상실한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의 혈세가 구속된 의원의 영치금으로 쓰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방탄 조례' 뒤에 숨은 의회,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
인천시의회는 무죄추정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속 기간 지급을 중단하되, 추후 무죄가 확정되거나 석방되면 소급해서 지급하는 조항을 넣으면 '억울한 피해'는 충분히 구제할 수 있다. 이미 다른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제도적 보완책이 있음에도 조례 처리를 보류한 것은, 결국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인천시의회가 스스로 '특권 의식'을 내려놓고 상식적인 법리 판단을 수용할지, 아니면 끝까지 시민 눈높이를 외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