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주식 보유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법률적 쟁점은?
'35억' 주식 보유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법률적 쟁점은?
①법관의 경제적 거래행위를 금지한 법관윤리강령 위반?
②주식거래 회사와 관련된 회사 재판을 맡은 게 이해충돌?
③공시 전 대량 매수-공시 후 매도는 미공개정보 이용?

10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준비 중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연합뉴스 김인철 기자(C)저작권자 연합뉴스
이미선(49·사법연수원 26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10일, 야당을 중심으로 35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고위 법관의 태도가 국민 정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 행위를 법으로 금지된 이해충돌(상충)이나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볼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이테크건설의 지분을 포함한 자신 명의 주식과 관련, “국민의 눈높이,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많이 반성했다”면서도 “이들 주식은 전부 남편이 직접 매수하거나 거래한 것이며, 여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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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가 인사청문위원에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 6000여만 원 가운데 83%인 35억 4887만 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논란이 된 건 전체 보유 주식가액의 67%인 24억원가량을 코스닥 상장설이 돈 비상장 회사 군장에너지의 1·2대 주주인 이테크 건설과 삼광글라스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이 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으로 분류한 OCI의 계열사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여당인 민주당 일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를 문제 삼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고위 법관으로서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다루는 헌법재판관에게 적합한 태도가 아니라는 도의적인 비판이 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검사가 될 때, 주식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며 “국민은 판·검사 정도면 고위공직자로 보고 있으며, 이들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국가·기업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했다.
대법원 규칙인 법관윤리강령 6조는 “법관은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하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금전대차 등 경제적 거래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증여 기타 경제적 이익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관으로서 포괄적인 주식 보유가 문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고위 법관 또는 고위공직자로서 주식을 대량 보유한 것이 법률 위반은 아니다. 금 의원실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공무원들의 주식 투자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고위공직자로 갈수록 정보 접근 가능성이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일반론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금 의원의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이미선 후보자 주식 대량 보유 법률적 쟁점은
이 후보자에 대한 법률적 비판은 ▲주식 보유 회사와 하도급-임차 관계인 회사의 소송을 맡으면서 회피하지 않아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다는 것과 ▲남편이 이테크 건설 주식을 매수하기 전 공시하지 않은 정보를 취득했다는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등이 있다.
재판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이해충돌’의 경우,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아니면 재판관에게 재량권이 있다는 점에서 법률 위반이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광덕 의원실이 제공한 ‘이테크 건설 하도급 운송업체 판결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11일 이테크 건설과 하도급 관계가 있는 회사와 임차 관계가 있는 화물 회사를 상대로 보험회사가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이테크 건설은 군장에너지 공장 부지에 폐열회수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대신 폐열을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 이테크 건설은 다시 폐열회수 발전설비 조립공사를 에너지솔루션즈라는 회사에 도급을 내줬다. 이 회사는 조립공사에 필요한 기중기를 운송설비를 공급하는 회사인 대용화물과 임차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기중기를 공사 현장에서 투입되는 과정에 운반사고가 났고, 군장에너지 공장 측에 정전이 발생해 1억 6000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보험회사는 계약서상 제3자 배상책임 조항에 따라 군장에너지에 보험금을 지급했다. 대신 대용화물과 공제계약을 맺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에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서 이 후보자가 재판장인 재판부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건 보험계약에 따라 자신의 보험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이라며 대용화물 측이 배상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자유한국당 측에서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승소 회사인 대용화물과 이테크 건설은 하도급 업체의 운송업체인 만큼 회피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이다.
회피란 법관이 스스로 제척 사유나 그 밖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볼 때 자발적으로 직무 집행에서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민사소송법 제49조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맡았던 사건의 경우 회피 사유가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회피 조건은 ▲법관 또는 배우자가 사건의 당사자이거나 당사자와 공동 권리·의무자 또는 상환의무자일 때나, 법관이 ▲당사자와 친족 관계일 때 ▲사건에 관해 증언이나 감정했을 때 ▲사건 당사자의 대리인일 때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다.
대용화물이 피고인 재판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후보자가 회피 신청을 해야 했다는 주장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이해충돌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후보자가 보유한 주식은 대용화물이 아닌 이테크건설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유한국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미공개정보 의혹도 아직은 섣부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공개정보 이용이란 회사가 공시하지 않은 정보를 회사의 주요 주주나 임직원, 회사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자에게 취득해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이 후보자의 남편인 판사 출신 오충진(51·26기) 변호사는 코스닥 상장사인 이테크 건설이 지난해 2월 1일 2700억원의 계약액을 공시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2~17일 34회에 걸쳐 주식 6억 4953만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때 이테크 건설이 공시한 계약액은 2016년 말 기준 매출액 1조 1915억원의 22.7% 수준이었다. 공시 직후인 2월 2일 이테크 주식은 최고가 15만 9800원을 기록했다.
오 변호사가 이테크 건설에서 공시하기도 전에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가 공시 직후 되팔아 시세차익을 봤다는 점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정황은 존재한다.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74조에 따르면 단순히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고 해서 처벌받지 않는다. 미공개정보라도 회사와 관련 없는 자에게 간접적으로 취득했다면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파견 경험을 바탕으로 시세조종 혐의와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수사에 다수의 경험이 있는 한 차장검사는 10일 로톡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수사기관 입장에선 시세조종보다 더 어려운 게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 입증"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는 “미공개정보 취득이 금지되는 범위는 2단계 정도”라며 “직접 전해 들은 경우와 전해 들은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오 변호사가 이테크 건설 관계자와 공시 전에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전혀 나온 바가 없다.
검찰에 미공개정보이용 행위를 고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지난달까지 활동한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기업 임원이나 주요 주주와 통화한 기록이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내역이 있어야 인정될 수 있고,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검찰에 가서도 무혐의 처분이 많이 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