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가계약’의 덫, 천만원 포기했는데 돈 더 내라고?
모델하우스 ‘가계약’의 덫, 천만원 포기했는데 돈 더 내라고?
분양사 “2차 계약금까지 내야 해지 가능”…전문가들 “계약서도 없는데 법적 근거 약해”

분양 계약 해지 시, 정식 계약서 교부 전이라면 추가 납부 없이 서면으로 해제 의사를 통보하고 이미 낸 계약금만 포기하는 선에서 해결 가능성이 높다. / AI 생성 이미지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다 분위기에 휩쓸려 1천만원을 내고 분양 계약을 맺은 A씨. 뒤늦게 중도금 부담에 계약을 포기하려 하자, 분양사는 “2차 계약금까지 모두 내야 해지해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아직 정식 계약서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분양사의 요구는 과연 타당할까? 이미 낸 돈만 포기하고 계약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긴급 진단한다.
“집에 오니 아차”…1천만원 계약 뒤 닥친 후회
지난 주말, 모델하우스를 예약 방문한 A씨는 상담원의 설명을 듣다 자신도 모르게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 자리에서 1차 계약금 1천만원과 인지세, 발코니 확장비 일부를 합쳐 1,050여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본 A씨는 막막해졌다. 앞으로 감당해야 할 중도금이 도저히 해결 불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부랴부랴 분양사 측에 취소 의사를 밝혔지만, 돌아온 것은 “약 2천만원인 2차 계약금까지 모두 납부해야 해지가 가능하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1차 계약금 포기는 각오했지만, 오히려 돈을 더 내라는 요구에 A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심지어 정식 계약서 원본은 아직 받지도 못했고, 이번 주말에야 받기로 한 상황이다.
계약서 없는 추가 납부 요구…“법적 의무 아닌 내부 기준”
A씨의 사연에 대해 다수 법률 전문가는 분양사의 추가 납부 요구가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A씨가 아직 ‘정식 계약서’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법상 계약금만 지급된 상태에서는 지급한 사람이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분양사의 주장은 이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찬 변호사는 “모델하우스 측에서 말하는 ‘2차 계약금까지 내야 해지 가능’은 법적 의무라기보다는 사업자 내부 기준에 가깝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손권 변호사 역시 “모델하우스 측이 2차 계약금까지 내야 해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계약금 전액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설명에 가깝고, 법적으로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계약서가 교부되지 않았다면 청약 철회 기간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위약금 10%’ 조항이 변수…신중론도 만만찮아
다만, 분양사의 요구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통상적인 분양 계약서에 포함된 ‘위약금 조항’ 때문이다.
이진훈 변호사는 “분양 표준계약에서는 계약자의 사정으로 해제할 때 계약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아, 1차분만 낸 상태라면 잔여 계약금 납부를 추가로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분양 계약서에 위약금 관련 조항이 어떻게 명시되어 있느냐에 따라 분쟁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강원모 변호사는 "만약 계약서에 ‘공급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시행사/분양사가 10%에 맞추기 위해 미납 2차 계약금까지 추가 청구를 시도할 수 있고, 실제로 일부 인용된 사례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추가 납부는 ‘절대 금물’…‘서면 통보’가 최우선
의견은 갈렸지만, 전문가들이 A씨에게 공통적으로 제시한 ‘첫 번째 행동 수칙’은 명확했다. 바로 분양사의 요구대로 2차 계약금을 추가로 납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계약 해제 의사를 즉시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서를 받기 전인 지금이 해제를 관철할 가장 유리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자금 사정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워, 이미 납부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신속하고 명확하게 해제권을 행사하면, 설령 분쟁으로 번지더라도 A씨가 추가적인 금전 부담 없이 1차 계약금 포기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