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치솟는 파도 앞에서 "구독, 좋아요"…도 넘은 유튜버들, 처벌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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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치솟는 파도 앞에서 "구독, 좋아요"…도 넘은 유튜버들, 처벌 할 수 있나

2022. 09. 06 17:52 작성2022. 11. 03 10:45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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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방파제 인근서 대피 권고 무시하고 방송

'월파' 휩쓸렸다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구조돼

도 넘은 유튜버들, 엄단할 방법 없을지 검토해봤다

지난 5일 오후 11시 40분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인근에서는 유튜버 A씨가 '월파' 순간을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방파제 가까이 다가서다 파도에 휩쓸렸다. 사진은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상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연이틀 간 전국이 제11호 태풍 '힌남노' 대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상청이 나서 "역대급 태풍, 살피러 나오지도 말라"며 신신당부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파도가 치는 방파제 앞에서 무리하게 개인 방송을 촬영한 일부 유튜버들 소식이 전해지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11시 40분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인근에서는 유튜버 A씨가 '월파' 순간을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방파제 가까이 다가서다 파도에 휩쓸렸다. A씨는 순식간에 10m 넘게 쓸려 내려갔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이날(5일) 해운대 일대에서는 A씨 외에도 인터넷방송 진행자(BJ) 여러 명이 지자체가 내린 대피 권고를 무시하고 태풍 속 촬영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 엘시티 주변에서 강풍 체험을 한다며 나서거나, 심지어는 컵라면을 먹는 경우까지 있었다.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데다, 불필요한 행정력까지 낭비시킨 이들의 도 넘은 행각에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런 BJ들에 대해 마땅히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어떤 이유인지 로톡뉴스가 정리해봤다.


태풍 오는데 방파제에서 인터넷방송⋯항만법 적용 못할까

사건 당시 유튜버 A씨는 방파제 아래로 내려가 테트라포드(tetrapod)에 올라서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항만법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항만법에 따르면, 방파제나 해안가 혹은 인근 도로처럼 파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일정한 경우 출입 통제가 가능하다(제28조). 특히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높은 장소라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자체 등이 출입을 통제할 수 있고, 이를 어기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제113조). 더 나아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도 한다(제109조).


6일 해양수산부 관계자 역시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출입이 통제된 항만구역 내 방파제나 인근 도로에 들어간 거라면 위법"이라고 지적하긴 했다. 다만, 부산 일대 항만을 관할하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는 (항만법이 적용되는) 항만구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마린시티 일대는 항만법이 적용되지 않아 이 혐의를 물을 수 없었다.


재난안전법 역시 '대피 명령' 없었다면 적용 불가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전역이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왔다"며 "비상대기를 할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렇듯 전국에서 재난 상황을 대비해 총력을 기울인 가운데서 벌어진 도 넘은 유튜버들의 행동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


재난안전법상 지자체가 내린 대피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위험구역에 임의로 출입한 경우 과태료 처분이나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대피 명령을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고(제82조), 위험구역으로 선포된 곳에 출입했을 땐 최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제79조).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는 "재난안전법 위반 소지가 있고 가장 적합한 처벌 방법이긴 하지만, 마린시티 인근을 위험구역 등으로 설정하지 않았다면 처벌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남구 등 다른 지역과 달리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는 대피 명령이 아닌 '권고'만 내려졌던 상태다. 해운대구가 내린 대피 권고는 재난안전법상 응급조치에 불과해, 이를 어기더라도 별도 제재가 불가능하다. 또한 재난안전법에 따라 일반인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위험구역으로도 설정돼 있지 않았다. 출입 통제나 거주민 강제 퇴거 명령 등이 수반되는 만큼 임의로 위험구역을 쉬이 설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라서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태연 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태연 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로톡DB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부과 가능

그렇다면 어떤 법도 적용할 수 없는 걸까.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는 "유튜버 A씨 등은 비나 바람, 해일 같은 재해가 발생한 현장에서 공무원으로부터 위험지역 이탈 지시를 받고도 따르지 않았다"라며 "이는 경범죄처벌법상 공무원 원조지시 불응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일 관할청인 부산 해운대구는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마린시티 주변을 포함한 산책로(갈맷길) 일대에 일반인 출입을 막은 상태였다. 도로도 통제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시민 안전을 위해 내린 행정 조치에 따르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불응했다면 이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긴 하다.


태연 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도 "못된 장난 등으로 공무수행을 방해한 경우 경범죄처벌법상 업무방해 혐의를 물을 수 있다"고 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위계나 위력, 허위사실 유포 같은 행위를 통해 직무를 방해해야만 처벌할 수 있지만, 경범죄처벌법은 '못된 장난'이라는 구성 요건만 갖추면 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현재 부산 해운대경찰서도 이 사건 A씨 등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 벌금을 납부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다만, 이처럼 경범죄로 분류되면 처벌 수위는 10~2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이들의 막무가내 방송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법적 근거가 없어 답답한 상황" "입법적 행정적 논의 필요"

이 사건에 대해 사건이 발생했던 해운대구 관계자도 많이 답답한 듯했다. 사건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정말 미치겠다"라며 "태풍으로 업무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사전에 대비를 해야 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이런 유튜버들 문제를 해결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태풍이 온다고 모든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선포할 수도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경찰에 협조를 구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현우 변호사도 "경범죄처벌법과 같은 가벼운 처벌만으로는 유튜버 등의 일탈 행위를 제지하기에 한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과 같은 문제를 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향후 행정적,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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