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 소송 이겼는데 '불법 증거'로 역고소 당한 여성, 형사처벌 피할까
상간 소송 이겼는데 '불법 증거'로 역고소 당한 여성, 형사처벌 피할까
법조계 '전자기록탐지죄는 친고죄, 6개월 고소 기간이 핵심'
민사 책임은 별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실혼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직접 수집해 위자료 소송에서 이긴 여성이, 증거 수집 과정의 불법성을 문제 삼은 상간자에게 역으로 형사 고소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사소송의 '결정적 증거'가 형사사건의 '범죄 증거'로 뒤바뀐 상황에서, 법조계는 '친고죄'의 고소 기간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승소의 기쁨은 잠시, 판결문이 '범죄 증거'로
사연의 주인공 A씨는 2022년 9월,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의 휴대폰에서 상간자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이 녹음 파일은 결정적 증거가 됐다. A씨는 이를 근거로 2023년 3월 사실혼 파기에 따른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2월 법원으로부터 청구한 3,000만 원 전액을 인용하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기세를 몰아 2025년 3월에는 상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500만 원을 받아내라는 판결까지 얻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상간자는 2025년 4월, A씨가 증거를 불법으로 취득했다며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A씨가 승소의 발판으로 삼았던 통화 녹음 파일이 이제는 그녀의 발목을 잡는 '범죄의 증거'로 둔갑한 것이다. 경찰은 처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로 죄명을 변경했다.
'친고죄' 여부, 왜 운명을 가르나
A씨를 가장 혼란스럽게 한 것은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형법 제316조 제2항)'의 성격에 대한 법조인들의 엇갈리는 의견이었다.
이 죄는 '비밀장치된 전자기록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내는 행위'를 처벌하는데, 친고죄 여부에 따라 A씨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신임의 박교현 변호사는 "형법 제318조는 제316조의 비밀침해죄(1항)와 전자기록등탐지죄(2항) 모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전문가와 판례 역시 이 죄를 친고죄로 해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고소 기간 6개월'의 벽, 형사 처벌 피할까
이 사건이 친고죄에 해당한다면, A씨는 형사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대방이 A씨의 행위를 문제 삼기 시작한 시점은 소송이 진행되던 2023년 이후로 추정되지만, 실제 증거 수집 행위는 2022년 9월에 있었다.
고소는 그로부터 2년 이상이 지난 2025년 4월에야 이뤄졌다.
박교현 변호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고소 기간이 지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경우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하거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소송 자체가 요건 미비로 각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단순히 패턴을 푼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볼 여지도 있는데, 이 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 기간 제한이 없다"는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죄명 적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형사 처벌 피해도 남는 민사 책임
형사 고소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로 남는다. 상간자는 A씨의 행위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A씨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장휘일 변호사는 "법원은 불법성의 정도, 사실혼 파탄의 책임을 입증하려는 권리 구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자료 액수가 인정되지 않거나 소액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 역시 "권리 구제를 위한 행위였다는 점을 들어 형법상 '정당행위'나 '위법성 조각'을 주장해 책임을 줄이거나 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를 위한 불법'의 경계선
결론적으로 A씨는 외도에 대한 단죄라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전리품' 때문에 새로운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형사 사건은 '범죄를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친고죄의 고소 기간 덕분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배우자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려는 증거 수집 행위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설령 형사 처벌을 피하더라도, 별개의 민사 소송이라는 불씨는 여전히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를 위한 불법'의 경계선 위에서 A씨의 법적 다툼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