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지인의 '대박' 약속, 7천만원 투자 사기였나
믿었던 지인의 '대박' 약속, 7천만원 투자 사기였나
비상장 주식 투자 권유 후 3년째 모르쇠… 법률 전문가들 “처음부터 갚을 의사 없었다면 명백한 사기”

지인의 '틱톡 같은 회사'라는 말에 7천만원을 투자한 A씨가 3년째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기 피해를 당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지인의 '틱톡 같은 회사'라는 말에 7천만원을 투자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이해 못 할 영어 자료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2021년 1월, 직장인 A씨는 친한 지인 B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B씨는 "'틱톡' 같은 유망한 비상장 회사에 투자할 기회가 생겼다"며 "나는 1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A씨의 참여를 독려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꾼 A씨는 모아둔 7천만원을 B씨의 말을 믿고 선뜻 내줬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A씨의 손에 쥐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도 1억 넣는다’…달콤한 유혹에 빠진 7천만원
투자를 한 뒤 A씨가 B씨에게 진행 상황을 물을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다. B씨는 해독이 불가능한 영어 자료 몇 장을 보여주며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결국 A씨가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B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최근 이혼해서 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투자금을 왜 빌려준 돈처럼 달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A씨를 나무랐다.
투자금을 빌려준 돈으로?…사기 의심 키우는 지인의 말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행동이 전형적인 투자 사기의 정황을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자료만 보여주며 시간을 끄는 점, 투자금을 대여금으로 전환하려 시도하는 점 등은 사기의 고의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약속과 달리 투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거나, 처음부터 원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IBS법률사무소 김정한 변호사 역시 "투자금을 그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갚을 생각 없었다면’…법의 심판대에 오르나
사기죄의 핵심은 '기망행위(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와 '편취의 고의(재물을 가로챌 의도)'다. 법무법인 유안의 안재영 변호사는 "돈을 받을 당시에 해당 투자금에 대한 편취 목적이 있었는지를 입증해야만 사기죄 고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즉, B씨가 A씨에게 돈을 받을 2021년 1월 1일 그 시점에 이미 A씨를 속여 돈을 가로챌 목적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수익성이 전혀 없는 사업임에도 마치 큰 수익이 발생할 것처럼 기망하여 투자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소시효 10년, 아직 시간은 있다…'결정적 증거' 모아야
A씨가 B씨에게 돈을 보낸 지 3년이 훌쩍 넘었지만, 법적 조치를 취하기에 늦은 것은 아니다. 사기죄의 공소시효는 범죄 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10년이다. A씨의 경우 2031년까지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고 피해 회복 가능성도 낮아지므로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검사 출신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이런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아 합의금을 받기 위해서는 가급적 신속하게 고소하는 것이 좋다"며 "보통 '돌려막기' 식으로 다른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피해를 막다가 결국 구속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형사고소·민사소송 '투 트랙'…피해 회복 확률 높이려면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천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고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큰 압박을 주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더라도 사기 피해액은 면책되지 않아 끝까지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 이와 동시에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B씨의 재산을 묶어두는 '가압류'를 신청하면 피해 회복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대박'의 꿈은 한순간의 신기루로 끝났지만, 법적 대응의 문은 아직 활짝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