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방' 김녹완 공범 "협박 못 이겨 범행 가담했다"… 협박당하면 가해 책임 사라질까
'목사방' 김녹완 공범 "협박 못 이겨 범행 가담했다"… 협박당하면 가해 책임 사라질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이자 가해자' 연쇄 고리
형법상 '강요된 행위' 면책 주장
범행 고의 지워줄 면죄부 될 수 없어

'자경단' 총책 김녹완의 머그샷 모습. /연합뉴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명 '목사방' 총책 김녹완 사건의 1심 판결 내용이 확산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법리적 쟁점 중 하나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 즉 '피해자-가해자 연쇄 구조' 속에서 벌어진 범죄의 책임 조각 여부다.
가해자들은 자신들도 협박을 이기지 못해 범행에 가담한 피해자라며 법적 책임을 면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법의 잣대는 엄격했다.
"나도 도구로 이용당했을 뿐"… 형법 제12조 꺼내 든 공범들
총책 김녹완의 지시를 따랐던 피고인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 역시 협박에 의해 도구로 이용된 것이라며, 형법 제12조에 의해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 및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등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여기서 말하는 협박이란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달리 막을 방법이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자신이 처했던 상황이 바로 이 자유스런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된 강압된 상태였다고 항변한 것이다.
경찰 신고 대신 '타인 사냥' 택한 가해자들… 법원 "유일한 수단 아냐"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재판장 이현경)는 이들의 '강요된 행위' 주장을 배척하고 형사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이 제시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타인의 범행에 가담하는 것이 자신의 치부가 담긴 사진 유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나 실효적인 방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A씨에게는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도와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사진이 유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피해자들을 제물로 바치는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범죄도 없었다"… 방조범 아닌 '공동정범'
나아가 법원은 이들이 김녹완의 범행을 단순히 곁에서 도운 방조범이 아니라, 범행을 함께 실행한 '공동정범(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자)'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새로운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겁을 주고, 총책에게 연결해주는 일은 이 사건 범행에 있어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한 피해자 포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범행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협박에 떠밀렸다고는 하나 이들의 적극적인 가담 행위가 없었다면 추가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단순히 협박을 받아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양형에 있어 참작할 사정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가담 고의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집단을 조직해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총책 김녹완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자신도 협박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공범 A씨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협박의 굴레에 갇혔다는 사실이 형량을 정할 때 다소간의 참작 사유는 될 수 있어도, 타인의 삶을 파괴한 범죄 행위 그 자체를 무죄로 만들어 줄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준엄한 결론이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 2025고합170 판결문 (2025. 11. 2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