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예약입니다"... 간절함 파고든 35억 원 '노쇼 스캠', 캄보디아서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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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예약입니다"... 간절함 파고든 35억 원 '노쇼 스캠', 캄보디아서 덜미

2025. 11. 27 17:2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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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사칭' 노쇼 사기단 17명 검거

피해액 35억 원 육박 '코리아 전담반' 첫 성과

놈들은 캄보디아 카지노 폐건물에 숨어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노쇼·대리구매 사기조직의 한국인 조직원들 /연합뉴스

불경기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에게 '단체 예약' 문의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그러나 이 간절함을 악용해 1만 5천여 명의 업주를 울리고 35억 원을 챙긴 범죄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캄보디아 폐카지노를 근거지로 활동하던 한국인 사기 조직원들이 현지에서 덜미를 잡혔다.


국가정보원은 캄보디아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지난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위치한 범죄 조직의 거점을 급습, 한국인 조직원 17명을 검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정부 기관이나 군부대를 사칭해 식당 예약을 미끼로 고가의 물품 대리 구매를 유도한 뒤 돈만 가로채는 일명 '노쇼 스캠' 수법을 사용해 왔다.


"와인 대신 사주면 결제해 드립니다"… 악랄한 '대리 구매'의 덫

이들의 범행 수법은 교묘했다. 조직원들은 식당에 전화를 걸어 공공기관이나 군부대 관계자를 사칭하며 대규모 단체 회식을 예약한다. 업주가 예약을 확정하려 하면 "행사에 필요한 고가 와인이나 물품이 있는데, 우리가 지정한 업체에서 대신 구매해 주면 회식비 결제 시 합산해서 주겠다"고 제안한다.


매출 증대를 기대한 소상공인들은 의심 없이 사기 일당이 지정한 계좌(위장 업체)로 수백만 원을 송금한다. 하지만 돈을 보내는 순간 연락은 두절되고, 예약 시간에 나타나는 손님은 아무도 없다. 전형적인 노쇼에 보이스피싱을 결합한 진화된 사기 수법이다.


특히 이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자신들의 수법이 알려지면 사칭 대상을 정부 기관에서 군부대로 바꾸는 등 치밀하게 범행 대상을 변경하며 수사망을 피해왔다.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이들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확인된 것만 약 35억 원에 달한다.


캄보디아 폐카지노가 범죄 소굴… '코리아 전담반' 첫 성과

범죄 조직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폐쇄된 카지노 건물을 통째로 빌려 본거지로 삼고 합숙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국정원은 지난 7월부터 이 일대에서 한국인으로 구성된 사기 조직이 활동하는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을 시작했다.


이번 검거는 한국과 캄보디아 수사 공조의 결정적 성과로 꼽힌다. 지난달 27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캄보디아·한국 공동전담반(코리아 전담반)'이 이달 10일 출범한 직후 거둔 첫 실적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확보한 조직의 캄보디아 소재지, 조직원 신원, 디지털 기록 등 핵심 정보는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을 거쳐 캄보디아 측에 실시간으로 공유됐고, 현지 경찰의 급습으로 이어졌다. 현장에는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도 있었지만, 신원이 특정된 한국인 17명이 우선 검거됐다.


단순 사기 아니다… '특경법' 적용해 가중처벌 유력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예약 부도(노쇼)가 아닌 조직적인 금융 사기 범죄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지만, 범죄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특경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이번 사건의 피해액이 약 35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혐의 입증 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또한, 이들이 역할(총책, 유인책, 수거책 등)을 분담하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해 왔다면 '범죄단체조직죄(형법 제114조)' 적용도 가능하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통솔 체계를 갖춘 경우 이를 범죄단체로 인정하여 단순 가담자까지 엄하게 처벌하는 추세다.


사라진 35억 원, 피해 구제는 가능한가?

범인은 잡혔지만, 피해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피해금 회수'다. 피해자들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금융회사에 사기 이용 계좌의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범죄 조직이 피해금을 이미 현금화했거나 해외 자산으로 은닉했을 경우, 국내 계좌에 남아있는 돈이 없어 환급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형사 재판 과정에서 '배상명령 제도'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관건은 '은닉 재산 추적'과 '국제 공조'다. 범죄 수익이 캄보디아 현지에 은닉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추징이 실효를 거두려면 캄보디아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정원과 수사 당국이 '코리아 전담반'을 통해 현지 자산을 얼마나 신속하게 동결하고 회수하느냐에 따라 피해 복구의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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