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 불법 촬영물 2,755개 저장했지만... "유포 안 해" 집행유예
PC에 불법 촬영물 2,755개 저장했지만... "유포 안 해" 집행유예
2년 넘게 피해자 영상 수집한 남성
법원은 왜 '실형' 대신 '기회'를 줬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개인 PC에 불법 촬영물 2,755개를 소지하고 있던 A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되거나 유포된 영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년간 이를 수집해온 피고인 A씨.
방대한 소지량과 긴 범행 기간도 2년이 넘었지만, 법원은 그에게 당장의 실형 대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수천 개의 불법 영상이 발견된 상황에서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2년 6개월간 이어진 '클릭', PC에 쌓인 2,755개의 범죄 증거
사건은 2021년 11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A씨의 자택에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불상의 성인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피해자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영상 파일을 내려받았다.
이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명백한 '불법 촬영물'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 목록에는 불법 촬영물 공유 사이트로 알려진 '크라브넷'의 채증 자료가 포함됐다 .A씨의 이러한 수집 행위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
2021년 11월 27일 첫 다운로드 이후 2023년 8월 25일까지 약 1년 9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영상을 저장했다. 그가 수사기관에 적발된 2024년 4월 27일까지 소지하고 있던 불법 촬영물의 개수는 총 2,755개에 달했다.
A씨가 소지한 파일들은 단순한 음란물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유포된 영상들이었다. 그는 해당 영상들이 불법적으로 제작 및 유포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자신의 PC에 저장해 두고 2년 넘게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대한 양, 죄질 나쁘다" vs "재유포 안 했다"... 법원의 양형 저울질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는 행위는 불법 촬영물의 유통을 조장하고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가 소지한 촬영물의 양이 2,755개로 방대하고, 소지한 기간 또한 상당히 길다는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법원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유포 여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단순 소지에 그쳤을 뿐 이를 다시 반포(유포)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수천 개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이를 남에게 퍼뜨려 2차 피해를 확산시키지는 않았다는 점이 양형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는 면제... "재범 위험성 낮다" 판단
또한 법원은 A씨에게 벌금형을 초과하여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징역 1년의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하고,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대신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통해 재범 방지를 도모하기로 했다.
이번 판결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A씨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어 관할 기관에 자신의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재판부는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과 취업제한 명령은 선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직업,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 공개나 취업제한으로 인해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이 달성할 수 있는 범죄 예방 효과보다 크다고 판단된다"며 면제 이유를 밝혔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4고단1690 판결문 (2025. 1. 10.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