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과 사범대생의 눈물…교사 못 되는데 '교생실습' 해야 졸업
성범죄 전과 사범대생의 눈물…교사 못 되는데 '교생실습' 해야 졸업
교원 자격 박탈 후 졸업 요건에 발목 잡힌 학생들…교육부·대학은 '나 몰라라', 법과 현실의 틈에 방치된 '제도의 공백'을 취재했다.

성범죄로 교사 자격이 영구 박탈된 사범대생들이 졸업 필수 요건인 '교생실습' 때문에 이중 처벌을 겪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법의 심판 뒤 '졸업 불가' 이중 처벌…'교생실습' 딜레마에 갇힌 사범대생들
불법촬영으로 벌금 300만 원. 사범대생 A씨의 교사 꿈은 법적으로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 앞에는 졸업을 위해 '교생실습'을 다녀와야 하는 더 기막힌 현실의 벽이 버티고 섰다.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법과 현실의 괴리를 방치한 우리 교육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교단에 설 수 없는데…'교생'은 되어야 졸업?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성범죄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교원 자격 취득을 영구히 막는다. A씨는 교단에 설 수 없는 몸이 됐다.
진짜 문제는 졸업이었다. 대부분의 사범대학이 졸업 필수 요건으로 '교육실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될 수 없는 사람이 교사가 되기 위한 실습을 거쳐야만 졸업장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교생실습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교생실습은 자격증 발급과 별개인 교육과정의 일부"라며 실습 학교가 성범죄 전과를 이유로 거부할 명시적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경태 변호사는 "학교장이 학생 보호를 이유로 실습을 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실의 벽이 높음을 지적했다.
낙인의 공포…'주홍글씨' 알려질까 숨 막히는 불안감
A씨를 짓누르는 것은 법적 장벽만이 아니다. 교생실습 신청을 위해 학과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심장은 돌덩이처럼 굳는다.
책상 위에는 '성범죄 경력 조회 및 행정정보 공동이용 동의서'가 놓여있다. 펜을 들어 동의서에 서명하는 그 찰나, 자신의 범죄 기록이라는 '주홍글씨'가 모두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공포가 그를 옥죈다.
"학과에 소문이 나면… 동기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밝히며 학과에 예외를 문의해야 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형벌처럼 느껴지는 숨 막히는 불안감. 법률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비밀유지 의무를 언급하며 지나친 걱정은 말라고 조언하지만, 한번 찍힐 '낙인'에 대한 두려움은 A씨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방치된 '제도의 공백'…A씨는 혼자가 아니다
A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매년 유사한 처지에 놓이는 사범대생들이 존재하지만, 교육부는 "대학이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우왕좌왕하거나,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
취재 결과, 이러한 '교원 자격 상실자의 졸업 요건' 문제에 대해 교육부나 대부분의 사범대학은 명확한 지침이나 구제 절차를 마련해두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사범대학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법적으로 교사가 될 수 없는 학생의 교생실습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놓았다.
한순간의 실수가 교사의 꿈을 앗아갔지만, 졸업장마저 볼모로 잡힌 현실. 이는 개인의 딜레마를 넘어, 법과 현실의 괴리를 방치한 우리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이들이 최소한의 사회 복귀 발판마저 잃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