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피고인의 이익으로…불법촬영범들 봐주고, 감춰준 법원 ①
언제나 피고인의 이익으로…불법촬영범들 봐주고, 감춰준 법원 ①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2)] 판결문 전수분석
판결문 1259건 살펴보니⋯이례적인 양형 사유 수두룩

법관 판단에 따라서 정상참작할 만한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형을 감경할 수도 있다(형법 제53조).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양형 사유들은 반성 없이 반복된 불법촬영 범죄에까지 적용하기엔 어려운 것들이었다. /셔터스톡
로톡뉴스는 지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일명 카찰죄)으로 처벌이 된 사건들을 분석해 총 3편의 기사를 발행했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1>에서는 불법촬영이 지난해 확정판결 기준 몇 건이나 발생했는지, 어디서 가장 많이 발생 했는 지 등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2>에서는 신상공개 비율 및 양형사유 등을 분석하여, 불법촬영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법원의 전반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3>에서는 미국 법조계에 몸 담았던 교수들을 만나 한국의 불법촬영 판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후 기사에서는, 위 3편에서 담지 못했던 데이터와 판결문들을 공개하고자 한다.
지하철역에서부터 한 여성을 뒤따라간 B씨. 순식간에 치마 속에 휴대전화를 들이밀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불과 6개월 전에도 길 가던 여성들을 강제추행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B씨가 잇따라 벌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벌금 500만원(강제추행)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불법촬영) 이었다. 법정형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처벌이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가 밝힌 양형 사유는 이랬다.
"피고인이 선천적인 치아질환을 앓고 있다."
법적으로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나 결과, 환경 등을 양형에 반영해야 하는 건 맞다.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해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법관 판단에 따라서 정상참작할 만한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형을 감경할 수도 있다(형법 제53조).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양형 사유들은 반성 없이 반복된 불법촬영 범죄에까지 적용하기엔 어려운 것들이었다.
특히, B씨의 경우 재판부가 언급한 '치아질환'과 범죄 사이엔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이 사건 B씨는 길에서 만난 불특정 피해자들을 상대로 반복해서 성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나서서 B씨 개인 사정을 양형에 넉넉히 참작해준 셈이다. 판결문에는 "B씨가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까지 유리한 양형 사유로 기재돼 있었다.
로톡뉴스가 확인한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일명 카찰죄)' 판결문 1259건에선 이처럼 이례적인 양형 사유가 다수 확인됐다. 일부 피고인들은 △신앙생활을 성실히 해서 △국가유공자 유족이라서 △현역병으로 입영 예정이라서 △회사 대표이사여서 선처를 받았다. 하나 같이 범행 원인이나 결과, 개전(改悛·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고침) 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특징적인 것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불법촬영범에게 부양할 가족이 자주 언급된다는 거였다. 누군가의 딸과 아내를 불법촬영한 피고인들에게 "가족을 지키라"며 선처해줬다.
지난해 9월, 인천지법은 지하철 등에서 수차례 여성들을 불법촬영한 피고인에게 "부양할 가족이 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여자 화장실에 74번 몰래 침입하고, 그 안에서 111번에 걸쳐 불법촬영을 한 피고인도 선처를 받았다. 지난해 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피고인에게 암투병하는 아내가 있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실형만 4번 선고받은 성범죄 전과 6범의 사건에서도 이례적인 양형 사유가 등장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성을 무작정 쫓아가 불법촬영 하려다 적발된 C씨 경우였다. 피해 여성은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범행 대상이 됐다. 지난해 7월,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7번째 성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성실히 살려고 한다"는 게 양형 사유였다. 이어 "과거 C씨가 저질렀던 범행에 비하면 (이번엔) 죄책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급기야 "코로나 때문"이라는 재판부도 있었다. 집 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아내와 의붓딸을 불법촬영한 D씨 사건이었다. 지난해 5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D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코로나로 인해 병원을 못 가면서, 약을 먹지 못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본 기획기사는 정보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