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영화인 줄 알고 눌렀는데"... 50억 도박판으로 통하는 '불법 포털'이었다
"공짜 영화인 줄 알고 눌렀는데"... 50억 도박판으로 통하는 '불법 포털'이었다
영화·드라마 미끼로 도박 사이트 유인
10개월 만에 50억 챙겨 저작권법 위반 넘어 도박공장개설죄까지

피의자들이 운영한 불법 콘텐츠 허브 사이트 /연합뉴스
"보고 싶은 영화, 드라마 무료로 찾아드립니다." 솔깃한 문구에 이끌려 들어간 사이트는 단순한 무료보기 사이트가 아니었다. 그곳은 수십 개의 불법 도박장과 음란물 사이트로 연결되는 거대한 '불법 전용 포털'이었다.
창작자들의 피땀 어린 콘텐츠를 미끼로 사람들을 모아 도박의 늪에 빠뜨리고, 그 대가로 50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누누티비'보다 악랄하다... '불법 링크 모음소' 만든 그들의 수법
주범 A(48)씨를 포함한 일당 8명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약 10개월간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이들의 수법은 기존 범죄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직접 영상을 올려 단속을 당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각종 불법 사이트로 들어가는 '대문' 역할만 하는 사이트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네이버나 구글 같은 포털 사이트처럼,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의 주소와 순위를 정리해서 보여줬다. 사용자들이 영상을 보려면 반드시 이 사이트를 거쳐야만 주소를 알 수 있게 만든 구조다. 일종의 '불법 콘텐츠 내비게이션'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사람들이 '공짜 콘텐츠'를 찾아 이 관문 사이트에 몰려들자, 화면 곳곳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로 연결되는 배너 광고가 도배됐다. 이들은 32개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배너 하나당 월평균 300만 원의 '통행세'를 받았다. 심지어 성 착취물 등 음란물 사이트로 가는 길까지 열어주며, 사이트 방문자들을 각종 범죄의 소비자로 팔아넘겼다.
007 작전 방불케 한 도피, 결국 인터폴 공조로 '덜미'
이들은 돈 욕심에 눈이 멀어 직접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기까지 했다. 확인된 범죄 수익만 10개월간 52억 9천만 원에 달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치밀했다. 6개월마다 사무실을 아파트에서 빌라로, 다시 오피스텔로 옮겨 다니는 '메뚜기식' 운영을 했고, 대포 통장과 대포폰만 사용하며 신분을 감췄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주범 A씨 등 핵심 인물 2명은 해외 도피를 시도했지만, 경찰과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의 공조로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가 내려지면서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일당 8명 중 죄질이 나쁜 4명을 구속하고, 이들이 숨겨둔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법'은 기본, '도박장 개장'까지... 중형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저작권 침해' 사건이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들이 구축한 '불법 포털' 방식이 다수의 중범죄와 얽혀 있어 매우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저작권법 위반 혐의다. 이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 복제물의 유통을 조직적으로 도왔다. 대법원 판례는 불법 파일이 유통됨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한 행위 또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대법원 2011도12131). 특히 피해를 본 영화나 드라마 편수마다 별개의 범죄로 인정되어 형량이 대폭 늘어나는 '실체적 경합범'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더 결정적인 것은 도박공간개설죄다. 형법 제247조는 영리 목적으로 도박 장소를 개설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법원은 직접 도박장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도박 사이트 광고를 걸어 접속을 유도하는 행위 자체를 도박개장방조죄로 처벌한다(전주지방법원 2023고단61).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직접 도박 사이트까지 운영했기에 방조범이 아닌 '주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또한 52억 9천만 원이라는 범죄 수익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전액 몰수 대상이 된다. 최근 법원은 가상화폐로 은닉한 수익까지도 철저하게 몰수하는 추세다(수원지방법원 2017노7120).
감옥 다녀와도 '빚더미'... 저작권자들의 '금융 치료' 시작된다
형사 처벌이 끝이 아니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더 무서운 현실은 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이다.
저작권법 제125조는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저작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즉, 이들이 벌어들인 52억 원이 곧 저작권자들이 청구할 수 있는 배상액의 기준점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이 사건처럼 돈을 벌 목적으로 고의적인 침해를 저지른 경우, 저작권법 제125조의2에 따른 '징벌적 성격'의 법정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저작물 한 작품당 최대 5천만 원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피해 작품 수가 많을수록 배상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실제로 법원은 구체적인 조회 수를 산정하기 어려운 불법 웹툰 유통 사건에서도 작품당 수백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70806).
결국 이들은 형사 재판을 통해 징역형을 살고, 벌어들인 돈은 국가에 몰수당하며, 출소 후에는 평생 갚아도 못 갚을 거액의 손해배상 빚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포털'로 쌓아 올린 50억 원의 모래성은 법의 심판 앞에서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