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억 아파트 계약, 중도금 날짜 놓쳤는데…8억 포기하고 끝낼 수 있나요?
58억 아파트 계약, 중도금 날짜 놓쳤는데…8억 포기하고 끝낼 수 있나요?
매도인은 “이틀 내 입금 안 하면 책임져야 할 것” 최고장…수십억대 추가 배상 위험은 없을까

아파트 매수인은 중도금을 실제 지급하기 전이라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58억 원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의 매수인 A씨. 계약금 8억 원은 냈지만, 22억 원의 중도금을 약속한 날짜에 내지 못했다.
그러자 매도인 B씨는 “이틀 안에 중도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계약 이행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B씨는 자신이 다른 부동산을 매입한 상황이라며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계약을 포기하고 싶지만, 이미 중도금 지급기일을 넘긴 상황이다. 계약금 8억 원만 포기하고 이 계약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매도인의 손해까지 전부 물어줘야 하는 걸까?
중도금 '지급기일'은 지났지만 '지급'은 안 했다…해제 가능할까?
A씨는 58억 원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8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중도금 22억 원의 지급기일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매도인 B씨는 다음 날 바로 내용증명을 보내 이틀의 시한을 주며 중도금 지급을 최고(상대방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통지)했다.
A씨의 계약서 제5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A씨는 이 조항에 따라 8억 원만 포기하고 계약을 끝내고 싶다.
문제는 중도금 지급기일이 지났다는 점이다. 변호사들은 A씨가 아직 중도금을 실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금 포기 해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법원 “단순한 지급 독촉은 ‘이행의 착수’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지금이라도 계약금 8억 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법은 계약 당사자 중 한쪽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권리(해약금 해제)를 인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행의 착수’ 시점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계약서가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라고 정하고 있고 실제 중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계약금 8억원을 포기하고 해제 통보를 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매도인이 보낸 최고장이나, 그가 다른 부동산을 샀다는 사실이 A씨의 해제권을 막을 수 있는 ‘이행의 착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단순한 최고나 매도인의 제3의 부동산 매수는 본 계약의 ‘이행의 착수’로 보기 어렵다”며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거나 근저당권 말소 등 구체적 이행을 하지 않았다면, 매수인의 해약금 해제권은 여전히 유효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적으로도 단순히 이행을 준비하거나 독촉하는 것만으로는 이행의 착수로 보지 않는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8억 포기로 끝내려면…“하루라도 빨리 해제 통보해야”
A씨가 적법하게 해약금 해제를 하면, 계약은 8억 원 포기로 완전히 종결된다. 이 경우 매도인은 중도금 22억 원의 지급을 요구하거나, 자신이 다른 부동산 계약이 파기돼 입은 손해까지 A씨에게 추가로 청구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채비 홍은영 변호사는 “민법 제565조는 해약금 해제에는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적법하게 해약금 해제를 하면 계약금 8억원 포기로 정산이 끝나고, 매도인이 초과 손해의 배상을 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사들은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A씨가 먼저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매도인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계약금 8억 원은 위약금으로 몰수될 수 있고, 매도인이 입은 추가 손해까지 배상해야 할 위험이 생긴다.
법률사무소 피플청담 이택건 변호사는 “이 사건의 승부처는 8억이냐 그 이상이냐가 아니라, 해제 통보가 매도인의 최고 기한보다 먼저 도달하느냐”라며 “매도인이 최고장에 ‘다른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굳이 적어둔 이유는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즉,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을 깰 경우 그 손해까지 청구하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해제 통보를 할 때에는 ‘계약서 제5조와 민법에 따라 계약금 8억원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내용증명 등으로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