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부터 10년간 임금 삭감"... 법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무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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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세부터 10년간 임금 삭감"... 법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무효 판결

2025. 12. 09 18:1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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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강도 그대로인데 월급만 깎아

정년연장형 아닌 비용 절감 수단 불과

법원, "만 51세부터 시작된 10년 장기 임금 삭감은 경영 위기라 해도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라며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만 51세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년퇴직까지 무려 10년간 임금을 삭감당해야 한다면 어떨까. 회사의 경영난을 이유로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1심에서는 '적법'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무효라는 반전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단순히 정년이 연장되었다는 사후적 사정만으로 과도한 임금 삭감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51세부터 매년 3%씩 뚝"... 10년간 이어진 '임금 삭감'의 굴레

사건의 발단은 경북 안동에 위치한 방송사 A기업이 2013년 3월부터 시행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였다. A사는 당시 경영 상황 악화와 인력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변경 시행했다. 핵심은 만 51세(또는 27호봉 1년 차)에 도달한 직원들의 기본급을 삭감하는 것이었다.


적용 방식은 가혹했다. 대상자가 되면 첫해 기본급의 3%를 삭감하고, 이후 5년 동안 매년 전년도 기본급 대비 3%씩 누적적으로 삭감했다. 6년 차부터는 삭감된 금액이 정년까지 동결되는 구조였다. 당시 A사의 정년은 만 57세였으나, 이후 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결과적으로 A사의 근로자들은 만 51세부터 만 60세 정년퇴직 시까지 최소 9년에서 최대 13년, 평균 약 10.4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수치상으로 퇴직 전 10년간 받을 수 있었던 기본급 총액이 100%였다면, 이 제도 시행 후에는 88.6%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반발한 전·현직 근로자 33명(원고)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라며 삭감된 임금과 퇴직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사측(피고)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정년이 60세로 늘어났으니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서 정당하다"고 맞섰다.


"경영난 타개책 vs 명백한 차별"... 1심과 2심의 엇갈린 시선

1심 법원(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22가합3261)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사가 수년간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어 3년 더 일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즉,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준하는 조치로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2024나16609, 16616)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해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사측이 주장한 '정년연장형'이라는 프레임을 깼다. 제도가 시행된 2013년 당시에는 정년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단순히 4년 뒤 법 개정으로 정년이 늘어난 것을 두고 사후적으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포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존 정년을 연장하는 대가로 임금을 삭감한 것이 아니라, 정년은 그대로 둔 채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만 깎은 '정년유지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일은 그대로인데 월급만 깎았다"... 법원이 주목한 '대상조치'의 부재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한 결정적인 무효 사유는 '대상조치'의 미비였다. 통상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면 그에 상응하여 근로 시간을 줄여주거나 업무 강도를 낮춰주는 등의 보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A사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은 임금이 깎이는 기간에도 국장, 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으며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사측은 "안식년 휴직 제도를 도입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휴직 제도는 퇴직 직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했고 급여도 60%만 지급되는 등, 근로자의 불이익을 보전하기보다는 회사의 추가적인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만 51세라는 이른 나이부터 10년 넘게 임금을 삭감하면서도 업무 부담은 그대로 유지한 것은 근로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이라며 "경영 위기라는 사정만으로 특정 연령대 근로자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합리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회사)에게 퇴직한 원고들에게는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차액을, 재직 중인 원고들에게는 삭감된 임금과 퇴직연금 미적립분을 모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정년이 연장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장기간의 과도한 임금 삭감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참고] 대구고등법원 2024나16609 판결문 (2025. 9. 10.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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