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남편 차 블랙박스에 찍힌 그녀…'모텔 증거' 없어도 상간녀 소송 될까?
2년간 남편 차 블랙박스에 찍힌 그녀…'모텔 증거' 없어도 상간녀 소송 될까?
17년차 아내, 남편과 전 직장동료의 2년간 심야 만남 정황 포착…통화·카드내역 확보

직접 증거가 없어도 상간자 소송은 가능하다. 법원의 '부정행위'는 성관계보다 넓은 개념이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 17년 차인 A씨는 남편이 이전 직장 동료였던 여성 B씨와 2년 가까이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온 정황을 발견했다. 남편은 B씨와 수년간 통화를 주고받았고, B씨의 회사가 끝나면 차로 픽업해 집 근처에 내려주는 일이 반복됐다.
A씨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 여러 건을 확보했다. 남편이 늦게 귀가한 날이면 어김없이 B씨의 집 근처 술집, 카페, 노래방 등에서 카드 결제 내역이 발견됐다. 2년간의 카드 내역을 모두 캡처해뒀다.
하지만 모텔 출입과 같은 결정적인 '스모킹 건'은 없었다. A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남편을 미행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다. A씨는 현재까지 모은 통화내역, 블랙박스, 카드내역만으로 상간녀 B씨에게 위자료 소송을 걸 수 있을까?
'모텔 사진' 없어도 소송 가능…법원이 보는 '부정행위'의 범위는?
결론부터 말하면, 성관계나 모텔 출입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상간자 소송은 가능하다. 변호사들은 법원이 인정하는 '부정행위'가 성관계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반포 법률사무소 이재현 변호사는 "성관계나 모텔 출입 장면을 직접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상간녀 소송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부정행위는 배우자로서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 역시 "성행위가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야간에 둘이 만나 술 등을 먹은 경우 부정행위 입증은 가능하다"고 봤다.
실제 판례에서도 성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사랑한다' 같은 애정 표현을 주고받거나, 단둘이 여행을 가는 등 연인처럼 교제한 사실이 인정되면 부정행위로 판단한 사례가 다수 있다.
통화내역, 블랙박스, 카드값…흩어진 증거, 어떻게 엮어야 이길까
변호사들은 A씨가 확보한 증거들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별 증거만으로는 부족하며 흩어진 정황들을 얼마나 촘촘하게 엮어 입증하느냐가 소송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정황증거의 밀도에 따라 손해배상 액수 등이 크게 달라진다"면서 "실제 소송에서는 이런 정황들의 시간적·장소적 일관성을 얼마나 촘촘하게 정리해 제출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2년간의 통화내역 ▲B씨 회사 앞 픽업 후 집 근처에 내려주는 블랙박스 영상 ▲심야 시간대 B씨 집 근처 유흥업소 결제 카드내역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날짜별로 통화 내역, 블랙박스 이동 경로, 카드 결제 시간을 서로 맞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열다 박다솜 변호사는 "단순히 연락을 자주 했거나 몇 차례 만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부정행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2년간 관계가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픽업해 주거지 근처에서 시간을 보낸 정황, 심야 술집 이용내역 등을 전체적으로 연결하여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냥 동료"라는 반박에 대비해야…'기혼 사실 인지' 입증도 핵심
소송이 진행되면 상대방 B씨가 "단순한 직장 동료 사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반박을 무너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B씨가 남편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만났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부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상대방이 남편을 미혼으로 알고 있었다면 책임 인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두 사람이 과거 직장 동료였다는 점이 B씨가 남편의 혼인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시작 청주사무소 변서연 변호사는 "직전 직장동료 였다면 결혼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편"이라며 "추가적으로 남편분 차량에 아이 카시트가 설치되어 있거나 남편분이 카톡 프로필을 가족사진으로 해놓은 정황들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증거로 확보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무리한 미행이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오히려 형사처벌 등의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미행이나 휴대전화·계정 확인처럼 위법 시비가 생길 수 있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며 "이미 가진 자료를 날짜별로 맞춰 한 표로 정리하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