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손대지 말라" 유언에도 돌변한 자식들⋯100년 된 '종중 땅' 되찾으려면
"절대 손대지 말라" 유언에도 돌변한 자식들⋯100년 된 '종중 땅' 되찾으려면
전문가들 "종중 실체 입증할 간접 자료와 절차적 정당성이 핵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일제강점기 시절 조상 이름으로 맡겨둔 종중 땅을 가로채려는 상속인들과 이를 되찾으려는 종중 간의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사연은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토지사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중(공동 선조의 후손들로 구성된 친족 집단)은 대대로 내려온 임야와 농지를 종중원이었던 '갑'과 '을'의 이름으로 명의신탁해 뒀다. 당시엔 종중 이름으로 등기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갑과 을은 살아생전 해당 토지가 종중 재산임을 인정하며 성실히 관리했다. 심지어 을은 임종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그 땅은 우리 것이 아니니 절대 손대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나자 상속인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해당 토지가 자신들의 개인 재산이라며 반환을 거부한 것이다. 종중 측은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3년간 총회를 세 차례나 열고 만장일치로 결의까지 마쳤다.
그러나 상속인들은 "소집 통지를 못 받았다", "과거 토지 사정 당시에 종중이 실존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수백 년을 이어온 종중의 뿌리마저 부정하고 나섰다. 결국 종중은 소송을 결심했다.
"종중 재산은 상속 대상 아냐"⋯승소 관건은 간접 자료 확보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신진희 변호사는 2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해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을 짚었다.
먼저 해당 토지는 상속인들의 몫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 변호사는 "종중이 명의신탁한 재산이라면 개인 재산이 아니므로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명의신탁된 재산의 실소유주는 명의자가 아닌 종중이라는 취지다.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100년 전 사실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만큼 철저한 자료 준비가 필수다.
신 변호사는 "어떤 토지가 종중의 소유인데 사정 당시 다른 사람 명의로 신탁해 사정받은 것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종중 측에서 사정 당시 종중이 활동 중이었고, 해당 토지가 종중의 재산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정도의 간접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증명 자료로는 ▲등기명의인과 종중과의 관계 ▲등기가 완료된 경위 ▲시조를 중심으로 한 종중 분묘의 설치 상태 ▲토지 수익의 수령 및 지출 관계 ▲제세공과금 납부 내역 등을 꼽았다.

종중 소송 패소 원인 1위는 '절차적 흠결'⋯처분금지 가처분도 필수
신 변호사는 종중 소송에서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도 경고했다. 신 변호사는 "실제 종중 소송에서 가장 자주 패소하는 원인이 바로 절차적 흠결"이라고 지적했다.
상속인들이 "소집 통지를 제대로 못 받았다"며 절차를 문제 삼는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변호사는 "족보 및 종중원 등으로부터 파악 가능한 범위에서 합리적인 노력을 다해 소집통지 대상이 되는 종중원의 범위를 확정한 후 종중원들에게 총회 소집통지를 한 사실을 주장해야 한다"며 "총회 결의와 관련해 참석자 명부, 의사록, 사진 등을 제출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도중 상속인들이 몰래 땅을 팔아넘길 위험에 대비한 법적 안전장치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 변호사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처분금지 가처분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이 부동산을 팔거나 명의 이전 등 처분을 못 하게 해 권리관계를 동결시키는 임시 조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