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말라" 업주 녹취, 만취 바가지 요금의 '결정적 증거' 되나
"소송 말라" 업주 녹취, 만취 바가지 요금의 '결정적 증거' 되나
블랙아웃 손님에 고액 청구…법조계 "의사무능력 입증 핵심"

만취로 필름이 끊긴 손님에게 고액의 술값을 결제시킨 유흥주점 업주가 '원금만 받겠다'며 회유한 녹취가 법적 다툼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 AI 생성 이미지
만취로 필름이 끊긴 상태의 손님에게 평소 소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고액의 술값을 결제하게 한 유흥주점. 정신을 차린 손님이 문제를 제기하자 업주는 "술값 원금만 받을 테니 민사소송은 하지 말라"며 회유했고, 이 내용이 담긴 녹취가 법적 다툼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법조계는 해당 녹취가 손님의 '의사능력' 상태와 이를 업주가 인지했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토하는 손님 부축하더니…새벽 3시 고액 결제
상담 내용에 따르면 A씨는 2026년 3월 21일 밤, 한 주점에서 만취 상태로 4시간가량 기억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본 것은 자신의 평소 소비 수준을 심각하게 초과하는 카드 결제 내역이었다.
A씨의 상담글에는 결제 전후에 극심한 구토를 반복했으며, 업소 직원이 이를 부축하며 지켜보는 등 자신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업소 측이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상황이 잘못됐음을 직감한 A씨는 현장에서 즉시 경찰에 신고하며 대응에 나섰다.
"원금만 받겠다" 업주의 제안, 소송의 향방 가르나
A씨가 확보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업주와의 대화 녹취였다. 녹취에는 경찰이 출동한 상황에서 업주가 "술값 원금만 받을 테니 민사 소송은 하지 말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업주 스스로 A씨의 상태와 결제의 문제점을 인정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법무법인 클래식 오대호 변호사는 "구토를 인정한 녹취와 민사소송 하지 말라며 금액을 깎아주겠다고 한 말은 업소가 A씨의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의미가 큽니다"라고 분석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 역시 "피고 측이 A씨의 구토와 만취 사실을 인정하고 소송 포기를 조건으로 감액을 제안한 녹취록은, 의사능력 상실 상태를 입증하는 매우 결정적이고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술 개봉해서 취소 불가" 주장에 법조계 "애초에 무효"
업소 측은 "술을 이미 개봉해 취소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러한 주장이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한 주장인데, A씨의 사례는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만취·블랙아웃으로 결제 당시 '행위의 의미·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정신적 능력(의사능력)'이 결여되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그 결제(법률행위)는 무효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도 "반대로 의사능력 흠결이 인정되면 해당 결제 자체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심으로 법리를 구성하면 충분히 반박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하며, 계약 자체가 무효임을 다투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소비 패턴' 비교 자료, 재판부 설득력 높일까
A씨는 법적 대응을 위해 평소 자신의 소비 습관과 사건 당일의 비정상적인 결제를 비교하는 자료를 준비했다. 카드사 원본 이용 내역과 함께 '20만 원 초과 유흥 업종 추출 요약표'를 만들어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러한 증거 제출 방식에 대해 변호사들은 재판부의 이해를 돕고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테헤란 황인 변호사는 "카드사 원본 자료와 함께 ‘20만 원 초과 내역 요약표’를 병행 제출하는 전략은 매우 타당합니다"라며 "평소 소비 패턴과의 현저한 차이를 구조적으로 보여주면 재판부 설득력이 높아져 부당이득반환소송 입증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A씨가 녹취와 CCTV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결제 당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음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