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위자료 5천만 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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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위자료 5천만 원 가능할까

2025. 09. 25 21:2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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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 전후 의료기록, 피임 요구 대화 등 ‘인과관계’ 입증이 쟁점

법조계 “객관적 증거 확보가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돌아온 것은 성병과 두 번의 낙태였습니다.”


전 남자친구의 지속적인 피임 거부로 자궁경부암 진단까지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상 권리인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파국으로 끝난 사랑, 몸에 새겨진 상처

여성 A씨와 전 남자친구 B씨의 1년 반에 걸친 사랑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끝을 맺었다.


A씨는 소장을 통해 “교제 기간 동안 B씨가 성관계 시 피임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며 “분명하고 뚜렷한 거부 의사와 피임 요구를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A씨는 올해 3월 낙태 수술을 받았고, 5개월 뒤인 8월에는 낙태약을 복용해야 했다.


수차례 사후피임약을 복용한 사실도 털어놨다. 몸에 새겨진 상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교제를 시작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올해 4월, A씨는 산부인과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와 자궁경부상피내종양(CIN) 진단을 받고 레이저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A씨는 “교제 1년 전, 4달 전, 1달 전 정기 검사에서는 모두 이상이 없었다”며 교제 전후의 의료기록을 근거로 제출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B씨의 주거침입 및 절도 혐의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파국을 맞았다.


이 형사사건은 500만 원에 합의했지만, A씨는 “성적인 소모와 혼란, 육체적 피해는 별개의 문제”라며 B씨의 행위로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법정의 창과 방패, ‘인과관계’ 입증 싸움

법조계는 이번 소송의 승패가 B씨의 행위와 A씨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어떤 사실과 다른 사실 사이의 원인과 결과 관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가해 행위, 손해 발생, 그리고 둘 사이의 인과관계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A씨 측의 ‘창’은 객관적 증거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는 “교제 전후의 건강검진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대비해 ‘교제 후 발생한 질병’임을 보여주는 의학적 증거가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한장헌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역시 “피임 거부와 성관계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지속된 행위를 입증할 카카오톡 대화, 문자, 일기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의 행위가 피임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헌법상 기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도 중요한 공격 포인트다.


반면 B씨 측의 ‘방패’는 인과관계의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


남기용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섬)는 “HPV 등 성병은 잠복기와 감염 경로가 다양해 인과관계 다툼이 예상된다”며 “의학적 자료와 정황 증거를 결합해 개연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성병 전염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으로 청구액 전부가 인용되기는 힘들 수 있다는 신중한 전망도 나온다.


“형사 합의는 끝이 아니다” 민사 소송의 향방은?

전문가들은 B씨의 주거침입 절도 사건에 대한 형사 합의가 이번 민사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민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형사 합의는 절도 사건에 대한 것이므로, 이번 민사 소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민사 소송에서는 전 남자친구의 행위로 발생한 모든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법정에서는 A씨가 제출하는 증거들이 B씨의 행위가 위법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A씨를 대리하는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피해 사실을 입증할 유리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시간 순서에 따라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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