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안 바꾼 내 탓?"…해킹된 IP 카메라, 제조사·판매처 법적 책임은 없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비번 안 바꾼 내 탓?"…해킹된 IP 카메라, 제조사·판매처 법적 책임은 없나

2025. 12. 02 16:1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해외 성착취물 사이트로 흘러간 내 일상

"초기 비밀번호 방치는 현관문 열어둔 격"

IP 카메라 12만 대가 해킹돼 탈의실·산부인과 등 영상이 해외 사이트에 유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비밀번호 방치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셔터스톡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네 영상이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연락을 받는다면 어떨까. 모델 일을 하던 A씨에게 이 끔찍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스튜디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 신체 일부는 물론 얼굴까지 고스란히 노출된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10만 회를 기록했다.


누군가가 몰래 설치한 카메라도 아니었다. 범인은 인터넷에 연결된 'IP 카메라(홈캠)'를 해킹해 일상을 훔쳐봤다. 현재까지 해킹된 것으로 밝혀진 IP 카메라만 무려 12만 대.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든 IP 카메라 해킹 실태와 법적·보안적 허점을 꼬집었다.


산부인과 분만실까지 뚫렸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언어로 서비스되는 불법 성착취물 사이트에는 한국에서 해킹된 영상들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그 대상과 장소다.


유 작가는 "병원, 탈의실, 피부관리실, 노래방, 룸카페는 물론 심지어 산부인과 분만실 영상까지 유출되고 있다"며 "교복 입은 10대부터 성인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적으로 이는 단순 해킹(정보통신망법 위반)을 넘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유포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하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고 피해 규모가 방대해 수사와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1234' 혹은 'ABCD'... 허술한 보안과 제조사 책임

IP 카메라는 CCTV와 달리 별도 저장 장치 없이 네트워크를 통해 영상을 송출한다. 문제는 보안이다. 유 작가는 해킹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보안이 취약한 포트(Port)를 검색해 무작위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입하거나, 제품 자체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제품이나 해외 직구 제품의 보안 취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 작가는 "국내 제품 중에는 군사 기밀 수준의 암호화를 강조하는 곳도 있지만, 해외 직구 제품은 전반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치명적인 뇌관은 초기 비밀번호다. 해킹된 12만 대 중 상당수는 '1234', 'ABCD' 같은 단순한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사이버 보안 시험 기관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초기 설정된 패스워드를 갱신하지 않는 것은, 해커에게 개인정보를 탈취해 가라고 메인 문을 열어두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비밀번호 바꾸세요" 고지 의무는 어디에?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보안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에게 보안 조치를 안내할 의무가 있지만, 유통 단계에서의 강제성은 약하다.


유 작가는 "소비자가 제품을 검색하는 시점에 보안 유의 사항을 고지하는 곳은 국내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통틀어 두 군데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도화된 기능 홍보는 화려하지만, 정작 중요한 보안 경고 문구는 깨알같이 작게 적혀 있어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내 사생활 지키려면? '인증' 확인 필수

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 보완과 함께 개개인의 보안 수칙 준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유 작가는 IP 카메라 구입 시 "KC 인증이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인증 등 국내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계정 비밀번호는 8자리 이상, 특수문자를 포함해 변경하고, 제품이 지원한다면 '이중 인증' 기능을 반드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