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문 열자 경찰 들이닥쳐…'당신 옆 그녀, 15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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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문 열자 경찰 들이닥쳐…'당신 옆 그녀, 15살입니다'

2025. 08. 19 15:4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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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미필적 고의'의 덫

'몰랐다'는 한 마디,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3살인 줄 알았던 채팅앱 그녀는 15세 중학생, 한순간의 만남이 징역 10년의 위기로 번진 30대 남성의 이야기.


"잠깐만요, 밖에 친구가 와서 물건만 전해주고요." 첫 관계가 끝나고 나른함이 채 가시기도 전, 그녀가 속삭이며 모텔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은 친구가 아닌 건장한 경찰들이었다. 30대 회사원 A씨의 세상이 무너지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차가운 수갑이 채워지고, 귓가에 충격적인 한마디가 박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과 함께 있던 여성은 만 15세입니다."


모든 것은 외로움에서 시작됐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A씨는 허전함을 견디지 못하고 채팅 앱을 열었다. 자신을 '23살'이라 소개한 B양과의 대화는 금세 조건 만남으로 이어졌다. 2회 23만원. 약속 장소인 돌곶이역 인근 골목은 가로등 불빛마저 희미해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의 기억 속 B양은 나이보다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신분증까지 봤는데…왜?

모텔에 들어선 뒤에도 기묘한 상황은 이어졌다. B양은 "밝은 게 싫다"며 방 안의 조명을 모두 껐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A씨는 마지막 의심을 떨치려 나이를 재차 물었다. B양은 기다렸다는 듯 94년생이라 적힌 신분증을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희미한 스마트폰 불빛에 비친 신분증 사진과 B양의 얼굴을 확인한 A씨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부르는 신호탄이었다.


경찰서에서 밤샘 조사를 받으며 그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됐다. 23살 성인이라 믿었던 그녀는 중학교 3학년생이었고,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했으며, 한 살 많은 남자 선배가 이 모든 성매매를 기획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는 사실을.



징역 10년 vs 기소유예, 운명의 갈림길

이제 A씨의 운명은 어떤 법의 심판대에 오르느냐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린다. 만약 재판부가 그가 미성년자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면 '아청법'이 적용된다. 이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철퇴를 맞게 된다.


반면, 그의 주장대로 성인으로 굳게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객관적 상황이 인정된다면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크게 낮아진다. 특히 초범이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검사 단계에서 재판에 넘기지 않고 기회를 주는 '기소유예' 처분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혹시?' 그 순간, 유죄가 결정된다

A씨의 유무죄를 가를 결정적 열쇠는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다. 법률가들이 말하는 미필적 고의란, A씨의 머릿속을 스쳤을 '혹시?'라는 의심의 불씨와 같다. '화장이 너무 짙은데', '왜 굳이 불을 끄려 하지?', '목소리가 너무 어린 것 같은데' 같은 의심의 순간에 '에이, 설마'하며 확인을 포기했다면, 법원은 이를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용인한 행위'로 보고 아청법의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의심의 순간에 액셀을 밟은 대가다.


살 길은 '객관적 증거'와 '진심 어린 반성' 뿐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아청법의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상대방이 자신을 23살이라 속인 채팅 기록, 위조 신분증을 확인한 정황, 어두웠던 현장 상황 등 미성년자임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는 객관적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 수사기관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성매매 자체에 대한 반성의 자세는 필수다. 법무법인 명재 이재희 변호사는 "억울함만 호소하는 것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줘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성매매 행위는 분명히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되, 아청법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변호인을 통해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A씨. 그의 운명은 이제 '정말 몰랐다'는 주장을 법원이 믿게 할 증거의 무게에 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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